3월 위기설은 또 다른 ‘레드 허링(Red Herring)’?
3월 위기설은 또 다른 ‘레드 허링(Red Herring)’?
  •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moon@seoulfn.com
  • 승인 2009.02.2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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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설은 ‘레드 허링’

▲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해 9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채권에 대한 대규모 만기 도래를 앞두고 이른바 ‘9월 위기설’이 고조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9월로 접어들면서는 외국인들이 채권 순매수로 돌아섰고, 9월 위기설은 기우로 막을 내렸다. 정작 문제는 딴 데서 터졌다. 9월 중순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금융패닉이 초래된 것이다.


  영어 표현에 ‘레드 허링(Red Herring)’이라는 게 있다. ‘훈제 연어’를 뜻하는 표현인데, 도망자들이 추격견을 따돌리기 위해 훈제 연어를 던지곤 했던 데서 유래한 말이다. 어쩌면 9월 위기설은 레드 허링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9월 위기설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진짜 위기를 놓친 것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發 충격이었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제 2의 외환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의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3월 위기설 부상, 이번에는?

이제 3월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월과 마찬가지로 3월 국고채 만기도래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이탈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한 가지 새로운 점은 3월 말 일본계 금융기관들의 회계연도 결산에 따른 영향이다. 국내 유입된 엔화 자금은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 따라서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나 투자 부실로 막대한 손실에 허덕이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엔화 자금을 대거 환수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 투자 노출이 제한적인 데다 엔화 유동성도 넘쳐나고 있다. 또 매년 돌아오는 3월 결산을 앞두고 지난 연말에 사전 대비 차원에서 포지션 조정을 대부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굳이 이번에 해외 자산을 대규모로 환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3월 만기 도래 예정인 엔화 차입금도 은행권 20억달러, 외은지점을 포함하더라도 60억달러에 그친다. 그 자체로 국내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을 미치기는 힘들다.


게다가 3월 중 국고채 만기도래 규모도 3조8천억원 정도로 지난 해 9월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최근 들어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지속되는 와중에 정작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은 그 이상의 대규모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외자 이탈을 운운하기에는 크게 어폐가 있는 대목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은행권의 외화 사정 악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무디스의 국내 은행권 신용등급 하향조정과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인해 국내 은행권의 외화 사정 악화 가능성이 쟁점화 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을 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오는 3월까지 국내 은행권의 외화차입 만기 도래분은 100억달러 정도로, 최근 80% 이상까지 올라선 차환율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실제로 최근 국내 장기 외화유동성 여건의 척도인 CRS 금리가 급락하고 있으나, 단기 외화유동성 척도인 스왑포인트는 소폭 하락에 그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국내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는 기본적으로 지난 연말 단기로 롤오버된 물량을 장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종의 ‘마찰적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3월 금융대란설 혹은 외화유동성 경색 재현 우려는 다소 과장된 면이 많다는 것이다.

■자기실현적 위기 경계

하지만 최근 쟁점화 되고 있는 신흥시장 위기와 맞물려 국내 외자 이탈 우려가 당분간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될 여지는 남아 있다. 동유럽을 비롯해 러시아, 아일랜드 등에 이르기까지 유a럽 신흥시장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들에 대한 노출이 큰 유럽계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2차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이 부a각되고 있다.


물론 신흥시장 위기 역시 전적으로 새로운 변수는 아니며, 부실이 노출되고 정리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비교적 수면 아래 잠재되어 있던 리스크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난 해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 직후 쟁점화 되었던 무차별적인 Counterparty Risk(거래상대방 위험)나 유동성 각축전의 재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실제로 유럽 신흥시장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럽 금융기관들이 주축인 리보는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고, 글로벌 자금시장 불안의 척도인 Ted 스프레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신흥시장 위기로 인해 지난 해 9~10월과 같은 글로벌 금융패닉이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비화되었던 충격의 ‘학습효과’가 시장 심리를 지배하면서 당분간 ‘자기실현적 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국내 은행권의 외채 롤오버가 차질을 빚어면서 외화 유동성 경색이 재현 조짐을 보이고, 유럽계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 회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3월 금융대란설이 당분간 국내 시장 환경을 계속해서 위협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해 9월과 마찬가지로 3월 금융대란설은 또 다른 레드 허링이며 그 틈새를 이용해 새로운 위기가 자라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아직은 신흥시장發 제 2의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국내 금융시장의 과민반응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큰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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