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는 카드사
울며 겨자 먹는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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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우 단국대 교수
새해 들어서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경기침체의 터널의 끝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영국은 2차 구제 금융을 내놓았고 독일도 2차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2단계 구제금융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나 위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신호는 찾기 어렵고 자금을 풀어도 시장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풀린 돈을 은행들은 먼저 자신들이 사는 데 쓰고 대출은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금 경색은 구제금융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게 또 다른 원인이라고는 하나 무한정 이를 늘일 수 없는 게 한계이며 은행으로 하여금 신용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빌려주라고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적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상 최저수준으로 금리를 낮추고 회사채 매입을 통하여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신용상태가 좋은 우량기업이나 은행계열회사들에게 온기가 미치는 정도이지 신용도가 낮은 윗목기업이나 가계는 여전히 추위에 떨고 있다.

신용카드회사도 이러한 한기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해 11월부터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평상시 수준에는 턱 없이 모자라고 발행비용만 높아졌다. 거기다가 설 이전에 재래시장 가맹점들에 대한 카드수수료도 내려야 하는 모양이다. 어느 정도로 낮아질 것인지는 검토가 되어야 할 터이지만 벌써부터 현행 의 3.0%~3.3% 수준에서 2.0%~2.2% 좌우로 인하될 것이란 얘기가 미리 흘러나온다. 시기와 수준이 보이는 손(visible hand)에 의하여 ‘압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카드사태 이후 카드업계는 현금대출 비중을 종전의 60%선에서 그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신용판매를 늘려 자산의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나아졌지만 수수료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더 커진 상태이나 지난해에도 한 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일부 내렸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이 다시 재래시장의 수수료에 대하여 “시장논리”만 따지지 말고 서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하고 보니, 카드사들은 이번에도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게다.

거기다가 또 다른 걱정은 연체문제다. 지난 수년간 연체비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었으나 지난 해 하반기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해 1분기 5.58%에서 3분기에는 5.99%가 되어 0.41% 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신용이 낮은 회원의 카드사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다. 지난 해 9월 현재 신용카드 대출을 받은 회원 중 저 신용계층 직전등급(CB 6등급)의 회원비중이 근 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수료 인하소식이 전해지자 재래시장 밖의 소상공인들이 자기들의 수수료도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업체들의 모임인 ‘가맹점협의회’에서는 재래시장 밖의 140만개 소상공인들이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분담하는 일이야 바른 방향이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어려움도 알려진 일이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수료의 조정이 ‘시장논리’와는 다른 목적으로 자주 이용되는 ‘동네 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카드사로서는 지금 울면서 겨자를 먹는 꼴이다. 그러니 겨자의 크기를 마음대로 정하여 먹을 시기까지를 압박하면 곤란하다. 지나친 개입(intervention)으로 시장의 교란(disturbance)과 왜곡(distort)이 걱정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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