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감] 이주열 총재, 극도의 신중함 유지···'D공포' 일축
[2019 국감] 이주열 총재, 극도의 신중함 유지···'D공포'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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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금리인하 가능성 묻자 "경기회복 위해 통화완화로 가야"
여야 잇단 우려에 "마이너스 물가 디플레이션으로 안 봐" 단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총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해 극도의 신중함을 보였다.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불과 일주일가량 앞두고 자칫 시장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한은은 경기 회복세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시그널을 던졌다"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달성에 대해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하며 하향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경기 하강국면에서 투자나 소비가 위축되면 한은은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을 시도하는 것이 정석이다. 다만 이 총재는 논란이 일고 있는 'D(디플레이션·deflation)의 공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잇단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 총재는 디플레이션 정의를 명확히하며 "마이너스 물가 등을 디플레이션 증후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계속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계속된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한은 국감은 오는 16일 금통위를 불과 8일 앞두고 열렸다. 이 총재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평소보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놓고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총재는 "내년 이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시장이) 분명한 메시지를 요구하는 것 같다"면서 "한은도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주도면밀하게 (통화정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금통위를 일주일 앞두고 하는 회의라(정확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행간 곳곳에 '금리인하' 시그널 = 다만 이 총재의 답변 행간을 읽으면 이달 금리인하를 곳곳에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위원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냐"고 묻자 이 총재는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이 국내 경제가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분위기가 금통위의 금리 조정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질의하자 "시장의 기대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다.

이미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7월 전망치(2.2%)를 하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냐는 질의에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당초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 달성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오는 11월29일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가 나오는 가운데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2.0~2.1%로 하향조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본격적인 국감 전 인사말씀에서 "한은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p 인하했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이 총재가 이달 금리인하가 가까워졌다는 의도를 내비쳤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 총재가) 당초와 비교해 금리 의견에 큰 변화가 없을 때는 이달 금리인하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D의 공포' 우려 "동의 안한다" = 이 총재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묻는 질의가 나오자 아니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야당인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이 디플레이션 초기 국면이거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지적한 가운데 여당인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데도 물가가 마이너스인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라고 우려를 쏟아냈다.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4%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공식적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사상 처음 물가상승률이 뒷걸음친 8월(-0.04%)에 이어 9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진 상황이다.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저물가가 아니라 '경기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하락을 뜻한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주된 원인을 "작년 여름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기저효과"라고 설명한다. 작년 8~9월중 농축수산물 가격이 7월에 비해 15.5% 상승해 예년평균(2009~2018년 6.8%)을 크게 상회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등 공급 측 기저효과가 올 8~10월중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다가 11월 이후부터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이 1%대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디플레이션 정의를 분명히 해야한다"면서 "디플레이션 정의에 따르면 마이너스 물가는 징후로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마이너스까지 간 것은 농축수산물 기저효과가 컸기 때문"이라며 "그것만 제거해도 물가가 0%대 후반까지 가는 걸 보면 디플레이션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계하고 엄중히 대책하라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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