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옵션 주문 착오로 취한 이득은 '부당'···반환해야"
법원 "옵션 주문 착오로 취한 이득은 '부당'···반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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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동 기자] 옵션거래에서 상대방의 주문 착오, 이른바 '팻핑거(주문실수)'로 인해 이득을 냈다면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팻핑거'는 증권 또는 옵션 거래에 있어 사람이 컴퓨터 자판을 잘못 눌러 발생하는 실수를 뜻한다. 2010년 미국 투자은행 직원이 100만 단위 거래를 10억 단위 거래로 잘못 입력하면서 다우존스 주가가 9.2% 폭락한데 이어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한맥투자증권 직원이 옵션 거래에 있어 만기일에 대한 주문 실수를 하면서 462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고 이로 인해 이 증권사는 결국 파산했다.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 오류 사고 역시 '팻핑거'에 속한다. 

7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케이프투자증권이 해외법인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이득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냈다. 

앞서 2018년 2월 케이프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코스피 200 풋옵션 주문을 시장가 대비 낮은 가격에 내는 실수를 했고 이로 인해 이 증권사는 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연간 경상 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케이프투자증권은 거래 상대방인 해외법인에 "주문 착오로 인한 것으로 취소할 수 있다"며 "거래 상대방인 해외법인은 주문실수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이득금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은 부당이득을 취한 해외법인 이외 주문을 위탁 거래한 중개사 NH선물을 상대로 부당이득금에 대한 반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법인이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를 진 '주위적 피고'이지만, 손실 보전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NH선물을 '예비적 피고'로 내세운 것이다.  

이에 대해 남부지법은 케이프투자증권 직원의 주문 실수에 대해 '착오' 또는 '실수'로 보고 이를 거래한 해외법인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판결했다. 반면 NH선물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해외법인에게 이득금액을 반환하도록 주위적 청구소송이 받아들여지면서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기각한 것이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하나의 판결에 피고가 둘인 상황"이라며 "주위적 피고가 해외 법인, 예비적 피고가 NH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위적 피고(해외 법인)한테 넣은 소송에 일부 승소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예비적 피고(NH선물)는 판결 전에 기각 된 것이지 패소한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판단을 분석하면,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문이 나왔을 경우 통상적 관념으로 볼 때 실수로 인한 비상식적 주문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거래에 응함으로써 취한 이득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이에 따른 부당이득금의 반환 범위에 대해 피고인 해외법인이 얻은 부당이득 중 원고 케이프투자증권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한 부분으로만 한정했다. 

이번 남부지법의 판결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선물스프레드 착오주문에 대해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에는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결한 지난 2014년 대법원 판례와 판단이 다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팻핑거'로 인해 취득하게 된 이익은 부당이득금이 되고, 따라서 반환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건 역시 소송 당대방인 피고가 해외법인이라는 점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이 법원판결대로 실제 손실을 보전받을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과거 한맥투자증권 사태에 있어서도 국내 증권사들은 부당 이익금을 돌려줬지만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한 싱가포르 업체가 이득금 반환을 하지 않으면서 한맥투자증권은 결국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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