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유령정부 만들기
[홍승희 칼럼] 유령정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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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이 일본과 경제전쟁 중인 사실조차 묻혀버리고 대통령의 정상외교도 매스미디어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매스미디어의 관심은 오직 조국과 그 가족에게 쏠려있다.

마치 들쥐 떼가 벼랑 끝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듯 오로지 한 가지 주제로 몰려든다. 문제는 그 관심이 권력 악용이라거나 하는 청문회에서 확인되던 일반적 범법을 가리는 일도 아니고 조국 장관의 아들이 재활용쓰레기 봉투를 든 사진까지 미디어에 등장하고 딸이 생일날 누군가와 어디서 저녁을 먹었다는 식의 사생활 침해 정보도 뉴스가 되는 상황이다.

이런 언론의 광기는 과도한 매체간 경쟁심리도 작용했겠지만 그 못지않게 검찰에서 흘리는 첩보 하나하나에 끌려 다닌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게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의 의도와 진위 여부를 확인 취재하고 보충 취재할 생각조차 없이 신앙인들이 무슨 경전을 받들 듯 일단 받아쓰고 보는 근래의 취재문화와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검찰은 개별 기자들에게 은밀한 제보인척 첩보를 흘리는 반면 자유한국당의 검사 출신 일부 의원들에게는 거의 직보 수준의 정보들을 보내는 정황들이 여러 번 포착되면서 정치검찰이라는 말이 재등장한다. 과거의 정치경찰이 집권자와 집권당을 향했다면 이번엔 제1야당을 향하고 있다는 차이는 있지만.

엊그제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주지인 아파트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현직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일은 아마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가 아닌가 싶다. 물론 전례는 없지만 명확한 범죄 혐의가 있다면 현직 장관의 집이라도 압수 수색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아파트 한 채 압수수색한다고 검사와 수사관 7명이 달라붙어 무려 11시간을 뒤지고 딸의 중학교 일기장까지 압수하려드는 등 평범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검찰의 과잉수사는 오히려 검찰을 믿던 국민들조차 의아심을 갖게 한다. 처음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이라고 여겼던 일반 국민들이 고개를 젓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즈음의 국내 상황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정말 살아있는 권력은 누굴 말하는 걸까 궁금해진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출국하자마자 조직상 직속 상관인 현직 법무장관의 집을 전격 압수수색한 검찰 그 자체가 살아있는 권력임을 검찰 스스로 드러냈다. 이런 태도는 국민들을 향한 위압적 행동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말이 국가 권력을 아예 무력화시키라는 의미일까. 권력이 남용 혹은 악용될 때 저지하려는 것과 아예 국가 권력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태도는 명확히 다르다.

자신의 인사권자였던 대통령이 실천하려는 개혁의지에 조직 전체가 똘똘 뭉쳐 저항하는 검찰이야말로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검찰권 외의 권력을 고사시키려는 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현 정부를 유령정부로 만들려는 의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미디어에는 그런 검찰을 향한 비판기사 한줄 제대로 나가지 않는 현실에 촛불 시민들이 다시 뭉치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매스미디어에서는 보도가 실종돼 있다. 이런 검찰과 매스미디어의 유착이 의심되는 현상에 다시 촛불을 든 시민들은 지난 역사에서 끄집어낸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는 듯하다.

조국 장관을 지키겠다, 그의 검찰개혁 의지를 지키겠다는 지지자들은 유투브와 SNS 상에서 거듭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잃었지만 조국마저 잃을 수는 없다는 비장함을 강조하고 있다. 고 노회찬 의원 이름도 거론된다.

검찰의 사전에 흘리고 언론과 주거니 받거니 혐의를 부풀려가는 행태 자체에 기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발목을 보면 허벅지를 봤다고 한다고 그 과장된 헛소문을 비웃던 옛사람들의 지혜조차 말라버린 듯한 검찰 태도가 그동안 혹시나 했던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주말마다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벌어지는 검찰개혁 시위는 지난주엔 참가자가 3만이니 5만이니 할 규모로 매주 불어나고 있고 아마도 이번 주말엔 자택 압수수색의 충격으로 더 불어날 듯하다. 그럼에도 침묵하고 검찰 발 소스만 정보라고 기사화하는 매스미디어에게 80년대 나돌던 시중의 말 하나를 전하고 싶다.

“세상 바뀌면 국회의원과 기자들부터 처벌해야 한다.”던 말이 이번엔 검찰과 기자로 바뀌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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