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핵종분석 오류' 조사가 남긴 의문
원안위 '핵종분석 오류' 조사가 남긴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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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원자력연구원+한수원 방폐물 1만7000여드럼
2004년 이전 발생 폐기물 척도인자는 믿을 수 있나
중·저준위 방폐물 관리 체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지난 10일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열린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 (사진=김혜경 기자)
지난 10일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열린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국내 원자력계 일대 파장을 불러왔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 오류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지난달 말 발표된 후 지역사회 여론은 들끓고 있다. 지난 3일 경주에 이어 10일 대전에서 열린 원자력안전협의회에서는 규제기관의 책임에 대한 시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조사 내용도 부실할뿐더러 재발 방지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경주에서는 원안위 불신을 이유로 올해 초 발족된 민관조사위원회가 별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방폐물 척도인자 갱신과 2004년 이전 폐기물에 적용될 척도인자 개발, 주기적 검증 문제 등 이번 조사가 남긴 숙제는 산적하다. 행정처분을 앞두고 기관별 책임 공방이 물밑에서 과열되는 가운데 업계는 원전 방폐물이 부각되면서 생태계 자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 '2111드럼' 포함해 '1만7000여드럼' 전체 오류로 봐야 

최근 경주와 대전에서 열린 원자력안전협의회에서 위원들이 제기한 공통적인 문제는 감독기관의 규제 미흡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부재다. 이정윤 위원은 "원안위는 매번 문제가 발생해야만 나선다. 사건이 터진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제도적 개선점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앞으로는 책임 회피를 막기 위해 해당 폐기물을 누가 평가를 했고, 누가 최종 승인을 했는지 등의 기록을 용기에 붙여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위원도 "이같은 사태가 발생해도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재발 방지 대책도 어느 기관 주도 하에 만드는 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원자력연구원 방폐물뿐만 아니라 연구원이 수행한 핵종분석 작업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원전 방폐물 분석 정보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연구원 방폐물 2000여드럼뿐만 아니라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보낸 방폐물까지 총 1만7000여개 전체 드럼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원안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구원 방폐물 2600드럼 가운데 2111드럼에서, 원전 방폐물의 경우 핵종농도값 데이터 3456개 중 167개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왜 연구원은 드럼 수대로 원전 폐기물은 분석 데이터 단위로 결과가 도출됐을까. 그 이유는 첫 번째 연구원 방폐물은 '직접 측정'과 '간접 측정'인 척도인자 적용 방식이 모두 사용됐고, 원전 방폐물은 척도인자로만 핵종 분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구원 폐기물 2600드럼 가운데 474드럼에는 간접 측정 방식이, 나머지에는 직접 측정이 적용됐다.

두 번째는 연구원 방폐물의 경우 처분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이 각 드럼별 핵종농도 정정을 통해 처분방사능량(핵종 재고량)을 다시 평가하는 작업을 실시해야 하지만 한수원 폐기물은 척도인자 자체가 변경되지는 않기 때문에 추가로 핵종과 농도 등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규제기관 설명이다. 

처분장 인수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필수 작업은 드럼 내 방사성 핵종과 농도 측정이다. '원자력법 시행규칙 제 98조'에 따라 폐기물 처분을 원하는 기관은 핵종과 농도, 방사능량, 폐기물 형태 등을 인수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이력을 전제로 공단의 인수검사와 규제기관의 최종 처분 검사를 통해 방폐장 처분 허용 여부가 결정된다. 

드럼내 핵종 재고량 산정은 처분장 설계와도 직결된다. 방폐장에 어떤 핵종이 얼마만큼 처분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차폐 구조물이 달라진다. 재고량 평가 방법 중 직접 측정 방식은 드럼을 모두 개봉해 시료를 채취한 후 검출이 까다로운 알파와 베타선까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방사화학분석 등이 있다. 간접 측정은 감마선만 계측기로 측정한 후 척도인자를 이용해 알파와 베타의 비율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척도인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알파·베타 농도 분석을 위한 샘플 데이터가 필요하다. 방폐물 시료를 채취한 후 측정값을 토대로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척도인자를 도출해 핵종재고량을 산정한다. 

연구원과 한수원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척도인자 개발을, 2009년에는 척도인자 인허가를 신청해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후 2016년까지는 2년에 한번씩 주기적 검증을 실시했다. 척도인자 개발을 위해 수행된 방사능 분석이 정확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요류가 발생했고, 척도인자 정확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 관계자는 "원전 방페물의 경우 한수원이 자체 검증 자료를 제출했고 원안위와 함께 검증한 결과 원 데이터(raw data) 변경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해당 데이터가 변경됐더라도 기존 척도인자가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허용 범위 안에서 존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오류가 확인된 167개의 농도값을 수정해 검증했지만 당초 설정된 값의 10배 내로 들어왔기 때문에 해당 척도인자가 적용된 각 드럼의 핵종 정보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검증을 했더니 측정값은 변경됐지만 기존 척도인자 값이 컸기 때문에 검증을 통해 변경된 값으로 바꿔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현재 한수원은 주기적 검증 결과와 예전 데이터를 합쳐 척도인자를 갱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척도인자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전원자력협의회 위원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연구원 폐기물에만 분석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수원 방폐물까지 포함해 1만7800드럼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언급해야 정확하다"면서 "기준이 10이라고 가정했을 때 기존값이 5였는데 다시 검증을 실시해보니 7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하자. 해당 값이 유효 범위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재평가된 값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한수원 방폐물도 연구원 것과 함께 데이터베이스 갱신이 필요한데 재검증된 값으로 변경하지 않겠다는 언급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조사에서 전알파 핵종분석에 오류가 발견됐다는 점 외에도 베타 핵종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는데 모든 문제를 확실하게 들여다봤는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에 발행된 '방사성폐기물 드럼 내 핵종재고량 분석을 위한 척도인자 적용현황' 논문에 따르면 척도인자는 보수적으로 평가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일 경우 처분될 수 있는 폐기물량에 제한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방폐물의 실제 방사능 수치는 1인데 그 이상으로 평가될 경우 처분장에 저장될 수 있는 드럼 수가 당초 설계와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비보수적으로 평가될 경우 처분시설의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척도인자는 보수성을 유지하면서 지나치게 보수적이지 않도록 최적화가 요구된다. 핵종분석은 국가표준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척도인자의 정확도는 중요하다. 

현재 저준위인 잡고체 폐기물부터 방폐장이 처분되고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잡고체와 농축폐액, 폐수지, 폐필터, 슬러지 등으로 나뉜다. 현재 각 발전소에 보관 중인 선량이 높은 폐기물의 경우 향후 지하에 처분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새로운 측정값이 발견될 때마다 척도인자를 조정하거나 선량이 높은 폐기물의 경우 척도인자를 적용하지 말고 직접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가운데 폐기물 관리 체계 전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2004년 이전 발생 방폐물 척도인자는 문제 없을까

규제기관이 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몇 년 전 이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연구원에 수행한 분석에 대해 처분기관 등이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원안위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핵연료 주기마다 척도인자의 유효성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부방법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수립하되 수행방법의 타당성에 대해 규제기관의 주재관이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검토한다. 

한국의 경우 사업자가 척도인자 개발 단계에서는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지만 2년에 1번 실시되는 주기적 검증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척도인자가 유효 범위에 포함됐더라도 측정값 변동 등 분석 오류 사태가 발생한 이상 그동안 제대로 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방폐물관리정책은 산업부에서 방폐물관리법으로 지정돼 실시되고 있고, 안전규제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이뤄지다보니 핵종분석 업무 관련 규제는 구체적인 별도 규정이 없다"면서 "이번 문제로 인해 어떤 부분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척도인자는 2004년 이후에 발생한 폐기물에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2004년 이전에 발생한 폐기물 처분을 위해서는 별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수원은 해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료 채취와 알파·베타 핵종분석 등은 연구원이 또 다시 맡을 수밖에 없다. 한 소장은 "당초 한수원은 관련 용역을 연구원에 맡겨 2017년 말까지 작업을 완료하려고 했다"면서 "2년째 연기되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 과제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2004년 이전에 발생한 폐기물의 양이 훨씬 많은 상황 속에서 결국 이번과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셈이다. 

한편 현재 원안위는 내부적으로 행정 처분 수위를 검토 중인 가운데 향후 원안위의 징계 결과를 놓고 형평성 여부에 따라 관계 기관들의 갈등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기관인 연구원과 처분자인 환경공단이 각각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든다"면서 "내부적으로 행정처분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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