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개발형' 수주 급한데"···건설사들 '진땀', 왜?
"해외 '투자개발형' 수주 급한데"···건설사들 '진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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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주액 중 투자개발형 비중은 고작 '0.8%'
"포트폴리오 미흡, 정부차원의 금융지원 늘려야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전경.(사진=현대건설)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전경.(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가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계에 직면한 건설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투자개발형 수주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나, 정작 건설사들은 '자금조달'의 벽에 가로막혀 진땀을 빼는 눈치다.

21일 해외건설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94억177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다. 

중동 지역의 수주 실적은 12억2466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1.1%나 쪼그라들었고 최근 새로운 수주 텃밭으로 떠오른 아시아 역시 56억7379만달러를 기록, 지난해보다 36.7% 급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올해부터 해외 발주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반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국내 건설사들은 뚜렷한 해외수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최근 해외건설 시장에서의 국내 업체 수익성 악화는 필연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주 방식에서 단순도급형 대비 투자개발형 사업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개발자가 설계와 금융 조달, 건설, 운영 등 사업 전(全)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반토막 난 해외수주를 회복하기 위해선 도급 위주로 굳혀진 수주방식을 투자개발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분석이 수년째 나오고 있음에도 국내 건설업계에서 이같은 변화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올해 해외 수주액(94억1776만달러) 중 투자개발형(7900만달러)으로 이뤄진 수주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8%에 불과하고, 단순도급 사업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

건설사 중에서도 투자개발형 방식으로 그나마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은 SK건설과 대림산업 정도다. SK건설은 올해까지 2개국에서 총 사업비 54억7000만달러 규모의 투자개발형 프로젝트 3개를 수주했으며, 대림산업은 계열사인 대림에너지와 함께 미국 에탄분해공장(ECC) 건설 공사 등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들 업체의 전언에는 '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지가 이뤄지는 중국과 일본 등이 장악한 시장에서의 경쟁이 쉽지 않다'는 불만의 꼬리표가 붙어있다.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투자개발형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자금 조달'인데, 수년간 단순도급에 주력한 건설사들이 대규모의 돈을 끌어오기에는 한계점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쟁력을 입증할 '포트폴리오'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건설사가 투자개발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건설사를 비롯해 관련 업종에 있는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맺고, 이들의 협업을 통해 5~10% 정도의 자금을 마련한다.

나머지 80~90%가량은 외부에서 조달을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기관들이 사업자의 신용과 경쟁력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면 외국의 투자자들이 그를 바탕으로 검토 후 투자가 진행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투자 전에 이뤄지는 심사를 통과하려면 탄탄한 포트폴리오가 필수인데, 아직 대다수의 건설사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며 "조달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큰 만큼, 심사 과정도 까다로운 편인데 이를 통과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없이는 투자개발형 사업 진행은 힘들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건설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수출 활력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로 3조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 펀드'(PIS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그 중 1조5000억원은 연내 자금지원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정부재정과 공공기관 투자를 통해 6000억원 규모의 모(母)펀드와 민간과 매칭으로 자(子)펀드(1조5000억원)가 조성된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의 '글로벌 인프라 펀드' 1~7호는 6510억원으로 마련됐으며, 이 중 2900억원 정도의 투자가 완료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대규모 금융자본이 필요한데, 순수 민간자금이 들어가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보니 우리 기업이 지원에 목말라 하고 있다"며 "중국처럼 대규모 유무상 원조를 할 수 없지만, 펀드를 조성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차원의 금융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투자개발형 해외수주를 늘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직 미미한 수준인 펀드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신동우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펀드 규모가 사업당 조 단위가 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조성된 펀드가 여러 건의 사업을 투자하기에는 적은 수준"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되면 사정이 좀 나아지겠지만, 정부의 금융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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