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하우징] 고분양가 심사기준 변경, '로또 청약' 촉발···부작용 우려
[인사이드 하우징] 고분양가 심사기준 변경, '로또 청약' 촉발···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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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신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는 내방객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는 내방객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3년여 만에 '고분양가 관리지역 심사기준'을 손질했다.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내린 조치다. 앞으로 평균 분양가의 105% 이내에서 분양가를 정하도록 못을 박으면서 HUG 측은 분양가 인하로 인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벌써부터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분양가가 현재보다 더 낮아지게 되면 시세차익을 노리는 '로또 청약'이 기승을 부릴 전망인데다 정비사업 조합과의 마찰이 커지면서 결국 신규 단지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 HUG "주변 시세 넘지 말라"···'사업장 기준·분양가 산정방식' 손질

7일 HUG에 따르면 오는 24일 분양보증 발급분부터 아파트 신규 분양 시 분양가를 주변 시세 수준으로 제한하는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이 적용된다. 변경된 심사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고분양가 사업장 해당 기준 구체화 △평균 분양가 산정방식 변경 △비교사업장 선정기준 개선 등이다. 

우선 HUG는 분양보증을 내주는 분양가의 기준을 기존 최대 110%에서 105%로 낮췄다. 인근에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가 있으면 해당 단지의 평균 분양가 수준으로 정하고,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 없이 분양 1년이 넘은 미준공 단지만 있을 경우에는 해당 단지의 105%를 상한선으로 한다. 

최근 분양단지가 없어 이미 준공한 아파트만 있을 경우는 준공된 지 10년이 넘지 않은 주변 유사 단지의 평균 매매가 이내로만 정할 수 있다.

평균 분양가 산정 방식은 기존 '산술평균+가중평균방식'에서 '가중평균방식'으로 변경했다. 평형·타입별 분양가의 산술평균이 아닌 가중평균을 평균 분양가로 적용하도록 일원화 것이다.

이 밖에 비교사업장 선정기준의 적용순서가 다소 모호하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교사업장의 선정순위를 △1년 이내 분양기준 △1년 초과 분양기준 △준공기준 순으로 적용하도록 개선했다. 사실상 분양가 통제 고삐를 더 바짝 죄겠다는 방침이다.

HUG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분양가 수준이 현행보다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보증리스크와 주택시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로또 아파트' 양산 가능성↑···청약열풍 '또 다시'

문제는 '분양가 인하'라는 긍정적 효과 이면에 도사린 그림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곳곳에서 그림자로 지적되는 부작용 중 하나는 '로또 아파트'를 양산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간 HUG는 인근 아파트의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 이하로 분양가격을 산정토록 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해 왔다. 그런데도 급등세를 보인 아파트 시세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로또 아파트'가 줄줄이 나왔는데, 또다시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경우 시세 차익만을 노리는 이들로 인한 청약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더구나 여기에서 말하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이'는 실수요자보다는 당장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현금부자'에 국한될 공산이 크다. 분양가가 인하되더라도 대출 규제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 데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서는 단지의 비중이 전체 공급물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그들만의 리그'가 조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중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은 단지는 작년 29.2%에서 2019년 5월 기준 48.8%로 급증했다. 강남권은 2019년 76.4%에 달했으며, 강북권 역시 45.5%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분양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분양가 인하는 현금 부자만 춤추게 하는 것"이라며 "서울의 경우 몇몇 자치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이 분양가가 9억원을 웃돌기 때문에 수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업계 "주택 공급 지연·시장 왜곡 우려 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HUG가 분양가 통제에 나서면서 발생할 '주택 공급 지연'이다. 업계는 분담금을 낮추고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더 높은 분양가 책정을 원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HUG와의 힘겨루기 탓에 사업이 지연되는 단지가 급격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HUG의 이번 조치는 공급을 때려잡겠다는 것"이라면서 "지금 분양가도 시세와의 갭(차이)이 엄청난데, 여기에서 분양가를 더 낮추라고 하면 어떤 조합이 선뜻 분양하려고 하겠냐. 강남권에서는 차라리 금융비용이 더 들더라도 후분양을 택해 분양가를 대폭 올리려고 할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강북권 등 비강남 지역은 추가분담금에 부담을 느끼는 조합원들로 인해 아예 사업 추진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적잖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북의 정비사업 조합은 적정 분양가가 책정되지 않으면 분양일정을 안 잡으려고 한다"며 "특히 재개발은 조합원 연령층이 70~80대인 경우가 많은데, 추가분담금을 걱정하며 관리처분일정을 미루고 설계 변경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급이 끊기면서 주택시장 안정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선 분양가 통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잇달아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강남 재건축·강북 재개발 단지를 잡기 위한 조치가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분양가 안정 효과는 있겠으나, 강남권에서는 분양보증을 안 받아도 되니 분양가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라며 "게다가 사업자의 입장에선 공기가 지연되다 보면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돼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건설사업자를 옥죄는 방향으로 규제가 나오고 있는데, 지역 특성에 맞춰 규제가 좀 더 완화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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