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잇속만 불리는 분양시장···"대출규제 완화·사전무순위 접수 없애야"
현금부자 잇속만 불리는 분양시장···"대출규제 완화·사전무순위 접수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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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대출규제까지···무주택 실수요자 자리 無
"대출규제 완화 통해 중위계층 수요자 흡수 필요"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분양현장.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분양현장.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분양시장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분양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데다가, 대출규제로 자금줄까지 막히면서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높아진 장벽은 오히려 자산가들에게 아파트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현금부자 잔칫상이 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2565만원으로 전월(2517만원)보다 48만원(1.9%)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2256만원)보다 13.7% 상승한 값이다. 1년 사이에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7852만원이 상승한 셈이다.

강남권 등 분양가격이 비싼 지역의 경우에는 서울 평균을 가볍게 상회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 올해 강남권 첫 분양단지인 '방배그랑자이'와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3.3㎡당 평균분양가는 각각 4687만원과 4569만원으로 산정돼 서울 평균의 2배보다도 높은 가격대를 보였다. 가장 작은 평형대인 전용 59㎡조차도 최소 10억원을 넘는다.

이렇듯 분양시장은 실수요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는 데다가, 분양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중도금 집단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청약에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계약금(분양가 20%)과 중도금을 포함해 최소한 전체 분양대금의 80%를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주택 실수요자 중 수억원의 현금을 보유·조달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뿐더러, 잔여물량 추첨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대책이었던 무순위 청약마저도 되레 현금부자들의 '잔칫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전 무순위 청약은 청약 접수 전 순위 없이 청약신청을 받고, 정식일정 이후 발생하는 잔여세대를 무순위 청약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 선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제도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청약통장 없이도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정식 청약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미당첨 시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

때문에 현금 자산가들은 분양시장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이 강남권 등 서울 주요 분양단지 계약을 포기하고 발생되는 미계약분을 주워가는 '줍줍'(미계약분을 주워가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 접수를 진행한 '청량리 한양수자인 192' 분양에는 전체 1120가구 모집에 10배가 넘는 1만4376건이 몰리며, 1순위 4857명의 3배에 가까운 건수를 보였다. 지난 3월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와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 무순위 접수에서는 각각 평균 33.5대 1, 6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돼 중간 계층의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을 위한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개편 취지는 좋지만, 되레 중간 계층의 수요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대출규제 기준을 일부 완화해 괜찮은 현금흐름을 가진 수요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전 무순위 청약에 실수요가 아닌, 허수가 존재해 과도하게 시장이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계약이 발생하기도 전에 사전 무순위 청약을 접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냥 한 번 넣어보자'는 식의 시도가 많아지면서 실제보다 경쟁률이 치열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 청약에 착시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무순위 청약의) 사전 접수를 없애고 사후 접수만 남기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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