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반쪽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
[김무종의 세상보기] 반쪽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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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일짱'끼리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1대 1 짱들의 싸움인 소위 '원빵'이 눈에띈다. 이런 장면에서 시원함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밑에 부하들은 총수의 대결을 지켜보며 가만히 기다린다. 리더들의 승패로 그 싸움은 종결된다. 패자는 두말없이 승복한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게 짜증난다. 온통 여야 간 쌈박질 뉴스다. 유치하다. 우리가 그 언제 평화를 사랑했던 민족인지 의심스럽다.

야당 의원 몇명이 삭발을 했다 한다. 여당에 대한 거센 항의의 의사표시이다. 여당에서는 되레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로 삼으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오히려 대립은 격해진다. 대통령도 원로를 만난 자리서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통합에 대한 그림은 안보인다. 적폐 척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강한 인상만 남겼다.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사실상 반쪽의 지지만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관행이 지속되다 보니 여야는 싸움꾼이 된 지경이다. 내년 총선이라는 큰 정치 이벤트가 있음을 감안하면 지금이야 말로 서로에게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기간이다. 상대방 흠집내기는 곧 나의 득표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하다못해 집안도 가화만사성인데 나라는 분열의 극치를 보여준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타협과 통합’이 정치의 미덕이다. 조그마한 회사도 CEO와 경영진이 잘못하면 고스란히 직원들이 피해를 입듯이 나라 또한 다를 바 없다.

조선에는 4개의 큰 사화가 있었다. 지금으로 치자면 여야 간의 다툼일 것이다. 조선은 정적인 상대방을 죽이기 까지 했다. 당대의 유명인들을 보면 귀양 안간 사람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사약도 받고 죽는다. 그 이상으로 잔인하게 살육도 당한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이 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법과 제도와 시스템으로 인해 죽이지 못할 뿐, 상대방을 사실상 죽이기 위한 기법(?)은 더욱 잔인하고 교묘해 졌다. 권력을 잡았을 때 상대방 싹을 끊어놓지 않으면 앞으로 유사시 내가 죽는다는 일종의 벼랑끝 심리가 작용한다. 때문에 권력 정점의 인식은 단지 청와대·국회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언론 등 영향을 안 미치는 곳이 없다. 국민도 여기에 편승해 좌우로 나뉘어 싸우고 또 싸운다. 국민이 무슨 죄가 있는가.

이 지독한 싸움은 언제 끝날 것인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다. 통합의 정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 권력과 내 사람만 중요한 이 시대의 코드는 여야 공통분모다. 심지어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슬그머니 세비나 올려 잇속을 챙긴다. 특권을 없애야 한다는 소리는 줄기차게 나오지만 국회는 꼼짝도 않는다. 채용 등 청탁비리도 여전하다. 애꿎게 국민만 피해보게 하지 말라.

결국 민심과 민생의 향방이 권력의 구도를 바꾼다. 민심이 곧 하늘이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아래를 살펴보고 정치 하는 것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권력은 잠시 민(民)으로부터 빌린 것인데 왜 이리 소란을 일으키는 것인지 애처롭다. 권력은 무상하다.

해야 할 일이 많다. 통일의 초석을 닦아야 하고 혹시 모를 경제 위기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완전한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 국방과 안보도 중요하다. 특히 양극화는 단지 경제부문뿐 아니라 사회 부문까지 멍들게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여야의 극한 대립을 보며 리더끼리 나와 시원하게 원빵으로 해결하라 하고 싶을 정도다. 물론 답답한 마음에 그렇단 얘기다. 통합의 시원한 정치, 어디 없는가.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민생을 보듬는 정치다운 정치 말이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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