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총수일가 '단체·연쇄 갑질'에 대한항공 '조양호號' 추락
[이슈+] 총수일가 '단체·연쇄 갑질'에 대한항공 '조양호號'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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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아버지 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20년간 맡아오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날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 바 있기에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4개 안건을 올렸다.

이날 주총에는 위임장 제출 등을 포함해 5789명이 의결권을 행사했다. 대한항공의 전체 주주(9484만4611주)의 73.84%(7004만 946주)가 출석해 보통 결의사항 뿐 아니라 특별 결의사항까지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64.1%(4489만1614주)가 찬성표를 던졌고 35.9%(2514만9332주)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정관상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해 조 회장의 연임안은 부결됐다. 대한항공은 정관에 따라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 결의사안으로 분류하고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전에 위임장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외국인 대주주의 주식 수를 오전 확인 결과 나머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조 회장 중임 안건에 영향을 못 미친다"며 부결을 선언했다.

대한항공 지분 구조의 33.35%는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11.56%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 외국인 주주 20.50%, 기타 주주 55.09% 등이다.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 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선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등으로 인한 기업 가치 훼손이 제일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은 지난 26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수탁위는 조 회장 외에도 그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세 자녀가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이외 시민단체를 포함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자문사들도 조 회장 연임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정기 주총에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한항공의 재무 상황 악화의 근본적 원인이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있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주총의 1호 의결사항인 제57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논의 과정에서 주주발언을 통해 "땅콩회항 사건부터 지금까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전형적인 황제 경영으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로써 조 회장은 회사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사내이사로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가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불발에 대해 "오늘 막 결정이 됐으므로 향후 절차에 따라 논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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