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터키 환전 사기사건의 함의
[홍승희 칼럼] 터키 환전 사기사건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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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간 한국 여행객들이 단체로 불법 환전상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환율이 좋다’는 말에 현혹되어 불법 환전을 하려다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 행세를 한 가짜 경찰들에게 돈과 여권을 넘겨주었다는 얘기다.

여행객들이 사기를 당한 현금 액수로 봐서는 아마도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터키에서 소위 말하는 명품을 값싸게 구입하겠다는 쇼핑관광객들이 다수 포함된 것이 아닌가 싶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외환시장 방어에 적극 나선 터키 정부가 사기 피해를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사기사건의 피해자가 하필 한국 관광객들이어서 속은 쓰린 상황이지만 유독 한국인들이 이런 사기에 취약한 것이 아닌가 싶어 그 점이 더 걱정스럽다.

대개 이런 류의 피해사례에 보면 ‘지인’의 소개가 흔하고 불법인줄 알면서도 좀 더 유리하다는 속살거림에 쉽사리 현혹된 피해자들이라는 공통점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저 아는 이가 던지는 정보에 별 의심없이 덜컥 믿을 만큼 여전히 한국인들이 순진하다고 봐야 하나 싶어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불법인 줄 알면서 동조했다는 점이다. 사기꾼들이 뭐라 속살거렸든 불법이면 당연히 더 위험하다는 경계심조차 갖지 않는 피해자들은 다른 피해사례에서도 쉬이 발견되는 일이다.

왜 우리는 불법에는 둔감하고 안면 좀 있는 지인들의 거짓 정보에 잘 속을까.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부의 축적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기보다는 투기시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더 지배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방 이후, 특히 개발경제시대 이래로 겪어온 일종의 경험칙이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불법에 쉬이 현혹되는 이들이 대개의 선진국에서는 가난하고 학력이 낮은 계층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피해그룹에서 사기당한 액수를 보면 그런 계층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나 싶어서 답답함을 안겨준다.

아마도 대개는 웬만큼 여유있는 중산층들일 성 싶다. 중산층은 여느 사회에서라면 그 사회의 도덕적 지지대 역할을 하는 계층인데 우리의 중산층에게서는 이런 류의 일탈적 모습들이 종종 발견된다. 아마도 부동산 투기시장을 통해 중산층으로서의 여유를 얻은 이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또 가짜경찰의 등장에 갖고 있던 현금을 덜컥 의심없이 다 넘겨줬다는 사실에는 여전히 공권력을 믿고 행동한 것인가 싶어 한편으론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싶기도 하다. 반면 우리도 외환위기로 호되게 곤욕을 치른 국민으로서 혼란을 겪고 있는 나라에 쇼핑관광을 가는 게 다소 민망하다 싶기도 하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떠도는 소문에 팔랑귀가 되어 쉽게 휩쓸리고 끝없는 목마름으로 한 푼의 이익에 목매다는 사회이면서 거래의 가장 기초가 되는 원칙들에는 무지한 이들이 많아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정보는 이미 충분한 정도를 넘어 넘치는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누군가가 물고 와 던져주는 정보라는 것에 순간적으로 쏠린다. 정보를 스스로의 지식을 토대로 엄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려는 노력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우리 국민들이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확신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자신이 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패했을 때 원먕할 대상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듯이 남의 판단에 기대려 드는 것이다.

자기중심이 허약한 이런 국민이 많으면 결국 그런 사회에서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주식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요동을 친다. 한동안 그래도 웬만한 충격도 잘 흡수하며 안정성을 보이던 우리 사회가 요즘 들어 다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상 스스로의 판단에 자신감이 부족하기는 개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벤처투자에 미온적인 이유도 기술력에 대한 금융기관 자체의 판단능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그런 자신감 부족은 결국 열에 아홉이 실패할 수도 있는 벤처투자의 속성을 무시한 채 하나의 실패에도 책임전가로 실무자들을 눈치꾼이 되게 하고 벤처투자 전반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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