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선의의 '갑'본부 차액가맹금이 발목잡나
[김무종의 세상보기] 선의의 '갑'본부 차액가맹금이 발목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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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관련 정보를 공개토록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중소기업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은 아예 '범죄행위'라고 단언한다. 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마진을 박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악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상태계 구축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깎기 위해 중소기업에 각종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것은 분명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대·중소기업이 납품단가 관련 정보 공유를 합의하더라도, 비밀유지 협약이 전제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까지 했다.

이와 달리 '갑'과 '을'이 바뀌어 거꾸로 단가 내지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는 타당한 것일까. 최근 프랜차이즈업(가맹사업)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자영업자)와 예비가맹점주를 위해 필요 정보를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부의 영업기밀이라 할 수 있는 ‘차액가맹금’ 세부정보까지 공개토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에서 가맹본부가 실제 사들인 도매가격을 뺀 차액이다.

우리나라 가맹사업 구조는 매출의 얼마를 본부에 내는 로열티 제도가 정착이 안돼 차액가맹금이 본부 마진의 대부분으로 관행처럼 정착돼 있다. 즉 재료 등을 가맹점에 공급한 차익으로 마진을 삼는 구조다. 이 제도를 택한 본부는 가맹점이 로열티를 선뜻 내려 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차액가맹금은 최소화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차액가맹금 세부정보를 공개하면 가맹점은 물론 경쟁사에 영업기밀이 고스란히 넘겨진다는 점이다. 특히 스타벅스처럼 전부 직영점을 운영하는 곳은 제도 적용을 받지 않아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가맹점에 공급할 물품 등 구입을 위한 가맹본부의 인력, 직간접 비용 등은 감안하지 않고 마진을 높게 오인하는 등의 이유로 가맹점과 분쟁이 빈번해져 가맹점 근간모델인 협력사업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보는 더 큰 이슈는 프랜차이즈(가맹)사업의 일자리 내지 창업 효과가 꺾이는 것이다. 지금도 가뜩이나 가맹사업법 규제가 대폭 강화된 상황에서 내년부터 차액가맹금까지 도입되면 구매, 마케팅, 홍보 등 가맹점을 지원하며 상호 윈윈해야 하는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규제에 따른 부수적인 직간접 비용발생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가맹사업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최고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창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해 1개의 본부(본점)가 10개, 100개,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주위에서 볼 수 있다. 또 대부분 가맹본부는 중소기업으로,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가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주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갑질 이슈가 불거지면서 일탈 행위를 보인 일부 가맹본부로 인해 전체 프랜차이즈 산업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미지가 추락했다.

현장에서는 지금 같은 ‘규제 끝판왕’ 같은 분위기면 창업성공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이 이를 공유하고 복제해 창업과 일자리를 확산하는 모델이 국내 정착하기 어려울 까 우려한다. 심지어 최저임금 이슈처럼 좋은 취지로 접근했다 낭패를 보는 제2, 제3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차액가맹금 공개는 사후 점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모든 가맹본부를 범죄집단으로 전제하는 현 방식은 부작용이 더 많을 수 있다.

특히 정무적 판단보다는 합리적 판단이 우선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진흥법안은 사장된 채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법(가맹사업법)만 날로 강화되는 현 분위기에서 문제점은 없는 지 살펴야 한다. 일자리는 해당 산업에 대한 규제와 진흥이 조화를 이룰 때 활기를 띤다. 가맹본부를 ‘갑’으로만 보는 ‘또다른 갑’ 의식도 없어져야 한다.

프랜차이즈가 본부와 가맹점 간 건전한 협력관계를 통해 창업의 일등공신이 될 수 있길, 우리나라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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