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트럼프 승리를 보는 심경
[홍승희 칼럼] 트럼프 승리를 보는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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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사실상 트럼프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시 다수당이 됐다지만 과거 잃었던 의석을 절반만 되찾은 것이라 하고 상원과 시장,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이 석권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트럼프식 전략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그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아마도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가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싶다.

자국 내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제규범이나 질서 정도는 가볍게 세계 최강국 미국의 힘으로 눌러버리고 관세장벽을 더 높이며 일자리 늘리기에 매진한 결과가 유권자들에게는 그 어떤 이슈보다 설득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와 같이 다른 벌려놓은 일들도 있지만 그런 부문에선 북미회담 한번 한 것 외에 아직 이렇다 하게 이뤄놓은 것이 별로 없다.

외국과의 관계는 그저 힘으로 눌러 주저앉히는 수준이고 자국 내에서도 언론이나 지식인 계급의 비판 따위는 그저 무시로 일관하지만 SNS를 통한 자기 PR에는 매우 적극적인 새로운 유형의 정치지도자가 어떤 면에서는 답답한 대중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아무튼 그런 미국의 바닥 여론을 제대로 읽고 있었기에 아마도 중간선거에 북미협상을 이슈로 끌어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괜히 서둘러 이슈를 만들려다 바닥 민심을 동요시킬 것을 염려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경제상황 변화가 충분히 유권자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컸던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근래들어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혐오 내지는 배타주의적인 대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지만 트럼프는 그보다 앞서 미국 대중들의 외국인 혐오를 선동해왔고 그런 행동의 이유로 미국인의 일자리를 들먹거림으로써 좋아지고 있는 자국 내 경제상황의 원인에 결부시켰다. 실상 트럼프 이전부터 개선되기 시작한 경제상황이지만 그 과실은 어쨌든 트럼프가 땄다. 이번 선거는 그런 점에서 온전히 트럼프의 사업가라기보다는 도박꾼 같은 승부수가 고스란히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이 여기 있다고 본다면 앞으로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들은 갖가지로 트럼프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미 중간 선거를 앞두고 관세장벽을 높인다, 대 중국 무역전쟁을 벌인다는 등 그야말로 국제적 갑질을 유감없이 저질러온 트럼프 방식이 자국 내에서는 정치적 지지까지 확실히 획득함으로써 더 탄력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중간선거 이후 북미회담 성사 여부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우리로서는 북미회담이 진척을 보임에 따른 성과가 정치`외교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수 있어서 매우 긴요한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트럼프식 대외 경제 해법들이 중국 못지않게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 또한 간단히 보아 넘길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 문제를 지렛대 삼아 한국 정부를 더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여론은 보수화하고 개혁에 저항도 거세어진다. 보수 언론들은 앞다투어 한국경제만 나빠지는 것처럼 호도하고 나서지만 실상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기에 글로벌리즘을 표방해온 서구 선진국들에서도 비이성적일만큼 배타적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인류는 지금 새로운 인류 대이동의 시작점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과거의 인류 대이동이 기후의 변동에 의한 식량부족으로 인해 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 진행되는 대이동이 조짐은 주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한계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구 식민주의 시대의 불행한 유산에서 출발한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난민문제도 있지만 최근 미국을 향해 나아가는 중남미 캐러밴 난민 행렬처럼 무자비한 자본의 피해자들이 살길을 찾아 죽음의 행렬을 이루며 나아가는 현상은 아마도 점점 더 커져가지 않을까 싶다.

인류는 자칫 이성의 시대를 뒤로 하고 다시 암흑의 역사를 그려나갈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할 때 개혁과 진보를 가로막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트럼프의 중간선거 승리가 더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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