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기업의 생로병사
[홍승희 칼럼] 기업의 생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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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기업환경과 어울려져서 혹은 기업 그 자체로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따라서 그런 기업생태계에도 탄생, 성장, 소멸의 시간들이 함께 한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그야말로 혁명시기답게 수많은 기업들의 부침이 있었고 또 그 기업을 둘러싼 사회적 소용돌이도 거셌다. 그리고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시기다. 그만큼 기업환경이 거칠게 변화하는 시기다.

그 변화는 대체로 급변하는 기술적 발전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길이 달라지기도 하고 경영체제가 변화하는 사회를 수용하기에 적절치 않아 운명이 갈라지기도 한다. 이는 기업의 규모와 직접적 관련은 없다.

반도체산업의 급성장이 통신기기 관련 기업들의 성패를 갈랐고 사회적 인프라 구축시기에 따라 해당국가 관련 산업들의 흥망이 좌우되기도 했다. 요즘은 블록체인 기술이 또 많은 것을 바꾸려 하고 있다.

대기업간의 경쟁만 남은 듯 보였던 이동통신 시장이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도 됐다. 아예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운영체제와 통신 프로토콜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동통신사들로부터 독립적인 운용이 가능하게까지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런 신기술은 기존 기술 기반 기업들에게 종종 치명적 타격을 주기도 한다. 신기술이 시장지배력을 얻게 되면 대부분의 기성 기업들은 쇠퇴를 면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신기술이 늘 성공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생태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기존 기업들의 자본력 앞에 굴복하고 신기술은 사장되는 일도 흔하다.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고도 벤처기업의 생존율은 10%를 넘기기 힘들다는 통계가 이런 사정을 반증한다.

때로는 사장됐던 신기술이 몇십년 후 대기업들에 의해 다른 방식으로 구현돼 되살아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물론 부도덕한 대기업들에 의한 기술 강탈과는 차이가 있다. 새로운 기술환경을 보완하기 위한 보조적 기술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기업의 생로병사는 그런 기술적 환경변화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기업의 자연생태계적 변화를 가로막는 대마불사론에 기초한 자본력 키우기와 그 자본력의 혈연승계를 중심으로 한 기업 운명론이 더 기승을 부린다. 기업을 자손에게 상속시키지 못하면 사라진다는 생각, 기업주의 경영권이 곧 기업이라는 군주제적 사고방식이 상속세로 인해 기업이 사라진다는 발상으로 이어진다.

기업은 물론 생성, 성장, 소멸의 과정을 거치며 때가 되면 사라진다. 그러나 변화하는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또 성장하는 사회적 환경을 적극 수용하는 기업들은 그 수명이 길어진다.

그런 변화를 당연하게 여기지 못하는 고착화된 사고방식이 지금 한국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기업을 살아있는 생태계가 아닌 기업주 개인의 무생물적 소유로만 여기니 혁명적 산업환경에서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고 기업의 수명을 갉아먹는다.

어느 사회에나 보수와 진보는 공존한다. 다만 공존을 거부하고 한쪽에 권력이 쏠리면 그 사회는 사회적 발전이 지체되거나 극단적 불안정 상태를 보이게 된다. 한국사회는 극단적 지체나 극심한 불안정상태는 벗어났지만 소위 선진국들이 보여주는 포용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다만 전통을 내세우며 우리의 민중적 전통이 갖고 있던 역동성,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던 전통을 거부하고 지배논리로서의 유교적 규범을 고수함으로써 사리사욕을 챙기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이 스스로를 보수라 칭함으로써 보수는 부패했다는 대중적 인식을 뿌리내리게 하고 있다. 그에 반해 진보 역시 긴 역사가 내포하고 있던 한국적 콘텍스트보다는 외래적 사조에 치우친 이상주의에 빠져서 대중들이 보기에는 가볍다, 미숙하다는 인상을 주는 일이 잦다. 그로 인해 대중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부르기도 한다.

기업의 문제 또한 동일선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체를 소우주라고 봤던 동양적 사유는 확장하면 사회적 시스템 또한 자연의 질서를 재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도 자연의 법칙을 뛰어넘는 사회적 현상은 없다. 그런 시각에서 기업의 나아갈 길을 찾노라면 요즘 기업주들이 내뱉는 포비아라는 말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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