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출산주도성장'이라고?
[홍승희 칼럼] '출산주도성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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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물러가니 김성태 대표가 그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는가 싶다. 당대표들이 대를 이어 막말퍼레이드를 펼치는 자유한국당을 보노라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보수'의 이미지가 깨져나가는 것도 같다.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보수'의 이미지를 스스로 깨트리는 게 어떤 이익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노이즈마케팅이라는 목표는 확실히 달성하고 있는 듯도 하다.

그런 김 대표의 막말 퍼레이드가 드디어 국회개원 연설에서 정점을 찍은 듯하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이야 그 표현이 거칠든 어떻든 '야당이니까'라는 이유로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제안이 하필 '출산주도성장'이라고 튀어나오니 경악하는 이들이 어디 한둘일까.

이건 '보수'를 넘어 몇백년 회귀를 선택한 인상을 준다. 마치 조선시대의 왕실에서 자식 낳는 일을 '자식을 생산한다'고 했던 그 중세적 표현이 되살아난 게 아닌가 싶다. 출산과 성장을 등치시키는 그 발상이 중세적 사고방식과 개발독재시대의 발상을 희한하게 결합시킨 모양새인가 싶어 아연할 뿐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경악'할 그 수사에 자유한국당은 매우 당당하다. TF팀을 구성해서 비판에 대응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제1 야당의 미래를 참으로 암담하게 바라보게 된다. 보수정당은 그 보수의 본질부터 다시 성찰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단 김성태 대표나 자유한국당에게 있어서 여성은 중세시대와 마찬가지로 출산의 도구로만 보았다는 점에서 이 나라 유권자로서 '여성'을 의식하지 않는 태도가 매우 오만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에 투표할 '여성'들이 있을 테고 자유한국당은 그런 이들에게 만족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불과 10년을 제외하면 내리 집권해온 보수정당의 맥락에서 보면 과연 그들 스스로의 역사에 어떤 의미부여를 하고 있기는 한 건지 의아하다.

어떻든 현재 한국사회에서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단순히 '돈'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돈이 없으니 결혼도 못하는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돈을 퍼붓는 일이 전혀 무의미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뭐가 문제인지 정치권에서 숙고하길 바라는 의미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2년 전쯤 부부합산 연소득이 2억 원쯤 되는 젊은 부부와 함께 그들의 출산문제에 대해 얘길 나눴었다. 그들 소득 정도면 충분히 아이를 낳아 기를 수준은 된다고 여겼지만 그때 그들이 한 말은 참으로 말을 덧붙이기 어려운 과제를 던져줬다.

"헬조선에서 자식을 낳는다는 게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라고 했다. 한국 사회가 너무 살아남기 힘든 구조여서 부모가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만으로 충분치 못하다는 얘기다.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너무 힘겨워 보여 도저히 자식을 낳을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그들의 소득은 분명 봉급생활자 전체 수준에서 보자면 상당한 고소득 계층이지만 여전히 내집마련을 못한 상태였고 직장에서의 일이 너무 과도해서 종종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근무시간은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야근이 다반사였다. 아이를 낳아도 결국 아이와 보낼 시간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낳은 여성 상사는 자신을 '생물학적 어미'일 뿐이라고 자조한다고 했다. 너무나 바쁜 직장일 때문에 친정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나 가끔씩 만나보는 처지를 이르는 말이다.

그나마 자신의 직장이라면 아이를 낳고 주어진 출산휴가를 쓰고 나면 직장 복귀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 탓에 이미 그 몇 달 사이에 일의 흐름은 저만치 나가 있어서 새로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히 좋은 조건을 가진 이들의 배부른 고민처럼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의 후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스펙을 쌓으며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는지를 덧붙이며 그런 세상이 바로 자신들이 낳을 아이들의 세상이라고 한탄했다. 어쩌면 그 아이들이 살 세상은 더 열악한 환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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