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대한민국에서 좋은 부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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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욱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이사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어렵고 추상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좋은 부모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내 자녀가 미래에 사회적인 명예나 부를 가질 수 있도록 성장 과정에서 학업적인 성취를 마련해 주는 것? '과연 그런가'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는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매년 6월마다 전국 무료 강좌 캠페인을 열었다. 올해는 '나도 좋은 부모이고 싶다'라는 주제로 138명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전국 116개 기관에서 부모님들과 만났다.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부모로서 고민을 함께 나눴다. 오랜 진료 경험과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아이 성장 시기에 따른 부모 역할의 필수 요소에 대해 강연했는데 그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해 본다.

먼저 부모는 자녀를 편안한 성격의 사람으로 자라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와 친하고, 어른이 됐을 때 대인관계에서 편안한 성격을 갖도록 하려면, 어릴 때부터 욕구와 정서적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도와야 한다.

초등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자기관리 능력을 연습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되진 않는다. 자녀가 스스로 자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적절한 보상을 이용해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너무 성급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되면 아이 자신이 스스로 하지 못하고, 결국은 부모가 다 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자아 탐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때는 자녀도 부모도 모두 힘든 시기지만, 아이 말을 경청해서 듣는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대화를 바탕으로 아이의 도전과 실패 과정을 격려해야 한다. 시험이나 성취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좌절감을 딛고 다시 도전하도록 격려받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부모가 과도하게 불안하거나 결과에 실망한 나머지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녀가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거나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이 된다.

마지막으로 성인기를 앞둔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다. 자신을 잘 모르고 돈과 명예만을 목적으로 남들에게 보이는 것만을 뒤쫓아 경쟁적으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허무와 우울과 방황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앞선 단계가 잘 돼야 다음 단계도 순조롭다.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고 경험도 다르므로 내 아이가 어느 단계쯤인지, 지난 단계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살펴보고 차례대로 밟아 나가야 한다. 더불어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 좋은 관계 경험이 성인기 사회적 성취, 경제적인 상태, 주관적인 행복감에 상관된다는 장기 추적 연구 결과들이 있다.

내 아이가 과연 미래에 어떤 나무가 될 씨앗일지 미리 알 수 없지만, 부모가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면서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떤 씨앗이든 나름의 최고 나무로 자라지 않을까? 결국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과 '대한민국에서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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