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금리'에 갇힌 인터넷전문은행…은산분리 완화해야
[기자수첩] '중금리'에 갇힌 인터넷전문은행…은산분리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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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이 고신용(1~3등급) 차주에게만 몰려있다(96.1%)고 발표했다. 총 26페이지 분량 중 단 3줄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신용자 외면', '중금리대출 미비'라는 주제의 기사로 융단폭격을 맞았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을 때만 하더라도 모두 중금리대출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금융데이터와 온라인 상거래, SNS활동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중금리대출을 제공하겠다는 점에서, 케이뱅크 역시 통신·결제·유통 정보 등 빅데이터에 기반한 중금리대출을 하겠다고 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서 불과 1년만에 입장을 바꾼 '본분을 잊은 은행'으로 전락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할 말은 있다.

한국은행 자료는 보증부 대출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서 숫자가 너무 극단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증부대출을 포함하면 케이뱅크는 중금리대출이 약 60%, 카카오뱅크는 약 40%까지 늘어난다.

가계대출의 위험부담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순수한 가계대출만 집계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주석으로라도 구체적인 설명을 붙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인터넷은행 측은 지적했다.

또 중금리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여러가지 출범 취지 중 하나일  뿐인데 출범 이후 금융권에 나타난 여러가지 변화는 온데간데 없고, 마치 전부인양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인터넷전문은행에 가장 필요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마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인 물이 돼버린 금융권에 새로운 물줄기를 끌어들이려고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했는데 정작 금융사가 대주주가 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현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프레임이 씌워져 처음 출범 목적은 잊혀진지 오래"라며 "중금리대출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보증 없이는 중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은 것은 비판받을 만하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의 모바일 앱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거나 비대면대출을 활성화 시켰다는 점은 인정해 줘야 하는 부분이다.

기존 금융이 해내지 못한 것을 ICT 업계들이 창의성 등으로 고객에게 편의를 높이고 금융에 경쟁력과 긴장감을 고취시킨다는 순기능에도 주목하자.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금융혁신은 기존 사고방식을 뛰어넘을 때 실현 가능하다.

은산분리 완화가 가져올 우려되는 대목, 즉 산업자본의 문어발식 확장이 가져오는 독점의 폐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예외 규정을 두면서도 방어 장치가 가능해 보인다. 실행도 해보지 않고 처음부터 부작용만 생각하면 핀테크가 아닌 그 어떤 것도 발전과 성숙의 기회가 없다.   

이제 변화의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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