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감소·경기 침체…무너지는 강남 상권
유동인구 감소·경기 침체…무너지는 강남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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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수요 급감 신사·압구정 건물주 임대료 인하 경쟁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1층 점포에 임대 알림표가 붙어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1층 점포에 임대 알림표가 붙어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군림하던 강남 일대 상권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광객과 젊은층 유동인구가 감소한데다 경기 침체 등 여파로 상가 임차수요가 크게 줄어들어서다.

이어지는 불황을 견디다 못해 신사역, 압구정 등 상권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고 임차인 잡기에 나섰으나, 임차인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의 중대형과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분기 기준 각각 10.4%, 4.7% 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0.9%p, 0.8%p 오른 수치다.

특히 소규모 상가의 경우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공실률이 2.1%에 그쳤으나, 불과 몇개월 사이에 두배 이상 급증했다.

이렇게 공실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고가의 임대료'다. 그간 유명 의류 브랜드와 브랜드샵이 입점하면서부터 임대료는 급등하기 시작했는데, 실제 상권이 가장 활성화되던 2015년 4분기의 강남역 상권 월임대료는 1㎡당 4만6700원으로, 전분기보다 35%나 상승하기도 했다. 

지금은 많은 공실이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정기에 들어갔다. 신사역은 고가 임대료의 압박을 피해가지 못하고 지난해 1분기 1㎡당 8만6900원에서 올 1분기 7만5700원으로 12.9% 떨어져 강남지역 8개 상권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압구정 상권 임대료도 1㎡당 5만8100원에서 5만6300원으로 1년 새 3.1% 떨어졌고, 청담 상권 임대료도 1.5%(6만8900원→6만7900원) 하락했다. 

때문에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무권리금'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가로수길을 들 수 있다. 점포당 영업권 프리미엄이 4억원에 육박했던 과거와 달리 메인거리를 제외한 이면거리의 상가들은 권리금이 아예 붙지 않은 채 매물로 나와있는 상황이다.

인기 상품으로 꼽히는 1층 점포도 예외는 아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용 75㎡ 상가 주인은 보증금 8000만원, 월세 400만원에 물건을 내놨다. 신사역에서 도보로 3분거리인 전용 171㎡ 상가도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이다. 두 점포 모두 권리금은 없다.  

그나마 압구정로데오는 사정이 좀 낫다. 이 곳은 2000년대 들어 비싼 임대료에 떠난 가게들로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이색카페, 비교적 저렴한 맛집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무엇보다 '착한 임대료 사업'이 빛을 발휘했다. 침체가 장기화되자 압구정 주민센터와 건물주, 입점상인, 지역주민 등이 추진위를 구성했고, 건물주들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20~50%가량 낮췄다.  

압구정로데오 L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실로 그냥 두느니 '임대료를 낮춰 받자'는 건물주들과 상인들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임대료를 내리기 시작했다"면서 "현재는 이면거리의 일부 상가도 권리금 없이 3.3㎡당 40만원 안팎의 임대료면 돼, 예전보다는 활기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임대료를 내리는 건물주가 소수라는 점이다. 강남 상권 메인 거리의 경우 여전히 임대료 부담이 높아 임차인이 혀를 내두르고 있지만, 건물주들은 건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염려해 고임대료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논현역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에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받은 임대료로 생활하는 사람이 아닌 자산가들"이라며 "몇달 비워도 크게 문제가 될 것 없는 생각이 대부분이어서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상가 임차수요가 크게 줄면서 고임대료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낮아지고 있으나, 임대인과 임차인간 희망 임대료 갭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어 당분간 하향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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