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환시장 개입내역 첫 공개…"긍정·우려" 엇갈리는 시선
韓 외환시장 개입내역 첫 공개…"긍정·우려" 엇갈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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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외환시장 설립 후 57년 만에 첫 공개
"韓 외환정책 신뢰도 제고" vs "적극적인 정부 개입 어렵다…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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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안을 두고 긍정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개주기와 방식이 당장 시장충격을 최소화 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개 주기가 우선 반기별로 한정된 가운데 공개 방식이 순거래 내역인 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한쪽에서는 개입내역 공개 자체가 외환당국의 운신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7일 개최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기(6개월)마다 순거래 내역을 공개한다. 내년 말부터는 이 기간을 분기(3개월)로 줄여 1년에 4차례 시장 개입 내력을 공개하게 된다. 

공개 시차는 대상기간 종료 후 3개월 이내로 한은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올해 하반기의 거래 내역이 내년 3월 말에 공개되는 식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62년 외환시장 설립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당국의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밝히게 됐다.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35번째,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에서는 14번째다. 

일단 전문가들은 정부가 순거래액 공개를 지켜낸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순거래액은 외환당국이 실시한 외환 거래 중 총 매수에서 총 매도를 뺀 내역을 뜻한다. 예컨데 외환당국의 매수·매도 금액이 각각 100만원일 경우 순매수액 0원만 공개하면 되는 식이다. 쉽게 말해 외환을 사고 판 흔적을 지우겠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등이 요구한 매수 총액과 매도 총액을 공개하는 방안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매수·매도 총액이 공개되면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내역 패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어서 환투기 세력에 노출될 위험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를 번번히 괴롭혔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엄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출기업을 위해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우리 외환정책 운영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고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외환정책의 대내외 신뢰도 제고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수출·수입의 95%를 달러로 결제하고 있을 만큼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외환시장 정보 공개 자체가 부정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향후 급격한 쏠림현상이 있더라도 외환당국의 대처가 훨씬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는 글로벌 자산의 한국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율관리가 어려워지면 우리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김천구 현재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환헤지 등) 수출기업들의 세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공개주기를 6개월에서 3개월로 좁힌 것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미 일정 기간이후 공개주기를 짧게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영국, 캐나다 등과 같이 1개월 단위 공개를 요구하는 압박이 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쓴소리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개주기가 짧은 나라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보통 기축통화(Key Currency)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화가 신흥국과 비슷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정보공개의 범위를 최소화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유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6원 상승한 1081.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외환 순거래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개입내역 공개의 단기적인 영향은 중립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달러 약세) 압력이 되는 재료"라며 "앞으로 약(弱)달러 환경이 도래하고 코리아 리스크가 완화되는 상황에서는 외환당국의 지속적 개입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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