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르포 下] 대치동 은마아파트 "키 낮췄더니 값 오르네"
[재건축 르포 下] 대치동 은마아파트 "키 낮췄더니 값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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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찾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매매가격표가 나란히 붙어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빠른 사업 추진 기대감 반영…압구정 현대아파트도 호가 '쑥'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재건축 계획이 번번이 좌절된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부동산 시장에 때 아닌 봄바람이 살랑이고 있다. 두 단지 모두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가 느린 탓에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지 못했지만,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는 시세는 연일 상승세다.

12일 찾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 공인중개업소들은 어두컴컴한 복도 조명과는 달리 저마다 환하게 불을 켜고 있었다. 유리벽에 줄맞춰 붙어있는 매매가격표는 대학교의 취업 게시판을 연상케 했다.

가격표에 쓰여 있는 은마아파트의 몸값은 14억원부터 17억원대까지 다양했는데 중개업자에게 직접 들은 가격은 2억원가량 더 높았다. 자주 바뀌는 몸값 때문에 매매가격표를 바꿔 달지 못했다는 게 중개업자의 얘기다.

특히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제재에 따라 층수를 최고 49층에서 35층으로 낮춘 직후, 빠른 사업 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몸값은 더욱 급등하고 있다.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의 매맷값은 최근 두세달 새 2억원 가까이 올랐다. 31평형(전용 76㎡)은 지난해 10월까지 13억8000만~14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1억원 이상 뛴 15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집주인들이 제시하는 호가는 15억5000만원을 찍었다.

같은 기간 15억3000만~15억6000만원에 거래되던 34평형(전용 84㎡)은 지난달 17억원에 거래됐으며, 호가는 18억원으로 올라섰다.

앞서 은마아파트는 사업 장기화로 인한 주민들의 피로가 극에 달하면서 그간 고집하던 49층 초고층 계획을 접고 키를 낮췄다. 지난해 12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시에 제출한 재건축안에는 현재 최고 14층 4424가구 규모인 아파트를 헐고, 최고 35층 총 5905가구로 건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D공인중개업소 김 모(50·남) 씨는 "여전히 고층 건립을 고집하는 조합원이 많지만, 층수를 낮춘 후 사업에 속도가 붙자 투자자들의 문의가 더 많아졌다"며 "강남을 대표할 단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높은 호가에도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구 재건축 단지를 대표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몸값도 '억소리'나는 상황이다.

현대아파트가 위치해 있는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동 일대 36만187㎡ 규모에 달한다. 각 단지가 1979~1987년에 입주해 재건축 연한을 넘겼으며 지난해 3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요건을 충족했다.

그동안 아파트 주민들 사이의 견해차가 심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올 상반기 안으로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는 호가가 곧 시세다.

현대아파트3차의 전용 82㎡는 지난달 사상 최고가인 19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8월 17억원을 기록한 이후 넉 달 만에 2억원이 올랐다. 현대아파트5차의 전용 82㎡는 지난해 11월 20억원 안팎에 거래되다가 최근 23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인근 K공인중개업소 윤 모(59·남) 씨는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이 잡히진 않았지만, 당분간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가 보유세 인상 방안을 내놓는다고 엄포를 놔도 복부인들은 콧방귀도 안 뀐다. 사업이 진행될 수록 가격 상승폭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들 단지는 향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사헙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상 어려움의 문제가 남아있는 데다 압구정 일대엔 서울시의 '35층 제한'에 반발하는 주민들이 만만치 않아서다.

지난 9일 열린 압구정3구역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주민설명회에선 49층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최 측과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중개업소에서 만난 압구정 현대아파트5차의 한 주민은 "공공기여나 주변 교통, 층수 문제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아서 사업 추진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면서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만큼 49층 건립 허가가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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