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점입가경(漸入佳境)'. 9일 산업통상자원부,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잇달아 낸 코리아세일페스타 관련 보도자료를 읽어본 뒤 떠오른 사자성어다. 중국의 역사책 <사기(史記)>와 <진서(晉書)>에 나오는 점입가경은 '들어갈수록 경치가 좋다'는 뜻이다. 이에 빗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산업부와 문체부 보도자료는 후자가 제격이다.

두 보도자료는 배포 날짜와 부처만 다를 뿐, 내용이 판박이였다. 고작 '증가했다, 거두었다'(산업부)가 '증가했음, 거두었음'(문체부)으로, '산업부는'이 '문체부 및 산업부는'으로 바뀌었다는 게 차이점이다. 시차를 두고 '똑같은' 보도자료를 나누어 내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내용도 점입가경이다. 두 부처는 9월28일부터 10월31일까지 열린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비 촉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각종 부정적 외생 변수와 2년간 행사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주요 참여업체 100곳의 매출액이 작년 행사 때(9월29일부터 11월1일)보다 평균 5.1% 늘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에서 분석한 거시경제 효과도 소개했다. 올 4분기 민간소비지출을 약 0.13%포인트(p), 국내총생산(GDP)을 0.06%p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갈수록 행사 효과가 보잘 것 없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행사의 흥행저조는 이미 예견됐다. 보도자료에서 밝힌 각종 부정적 외생 변수와 2년간 행사의 기저효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침체된 소비심리' '외국인 관광객 감소' '연휴기간 출국자수 증가'를 부정적 외생 변수로 꼽았는데, 새삼스럽지 않다. 행사 기저효과도 마찬가지다. 평균 매출 증가율이 2015년 20.7%에서 2016년 12.5%로 8.5%p 줄었다는 건 올해 더 줄 가능성이 컸다는 뜻이다. 불리한 점이 여럿 있음을 알면서도 '쇼'를 했다고 보도자료를 내어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두 부처는 이번 행사 참여업체들이 홍보 강화를 주로 건의했다며 한류스타 활용과 매체 다변화 같은 홍보 효과 극대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와 소비자 의견 수렴, 외부 전문가 기획 등 내년 행사 보완 계획도 내비쳤다. 2017 코리아세일페스타 흥행저조 원인을 홍보 부족으로 돌리면서 내년엔 더 많은 예산을 쏟아 붓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부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예산을 지난해 40억원에서 올해 51억원으로 늘렸다.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액수다. 51억원을 들여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두면 성공이다. 하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앞날은 밝기는커녕 어둡기 짝이 없어 보인다. 참여업체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시큰둥해지기 마련이다.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란 요란스런 구호를 내걸고 정부가 기획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실패했다고 깨끗하게 인정하고 접는 게 좋겠다. 내년에도 연다면 더 많은 예산을 들여 홍보를 강화하고, 더 많은 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흥행을 보장할 순 없다. 정부 주도 행사란 한계 탓이다.

3년째 열어서 포기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손을 떼고 민간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구태여 한류 스타를 앞세워 떠들썩하게 홍보할 필요도 없다. 이미 알만한 소비자들은 다 안다고 봐야 한다. 홍보나 규모보다 내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11일 0시부터 중국에서 '광군제(光棍節)' 행사가 열린다. 광군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코리아세일페스타를 기획하면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함께 목표로 삼았던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행사다. 온라인이란 점이 오프라인 중심 블랙프라이데이와 다르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의 특징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버무렸는데, 자충수로 여겨진다.

숫가 '1'이 네 번 겹친 11월11일 광군제는 '독신절(솔로데이)'로도 불린다. 광군(光棍)은 '빛나는 막대기'란 뜻으로, 중국에서 홀아비나 애인이 없는 솔로를 가리킨다. 외로운 솔로들끼리 위로하자는 취지로 탄생한 광군제는 2009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이 계열 인터넷 쇼핑몰(타오바오몰)을 통해 할인 이벤트를 열면서 대규모 온라인 쇼핑행사로 탈바꿈했다.

알리바바가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라고 젊은이들을 유혹한 장삿속에서 비롯된 광군제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까지 관심을 쏟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으로 치면 '빼빼로데이'와 가깝다. 애초부터 정부가 주도한 코리아세일페스타를 광군제와 견주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광군제 하루 알리바바그룹의 매출만 20조원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올해는 22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의 장삿속이 세계적 쇼핑축제로 이어진 격이다. 비록 장삿속이라 해도 내수를 살리고 수출도 늘려야 하는 한국이 광군제를 통해 배울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