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재계, 돈 뜯기고 농락당하고 '불똥'·'눈총'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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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냐 자발적 참여냐"…법적 논란 배제 못해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 관련 의혹들이 검찰 수사와 언론을 통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민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름조차 낯선 한 아녀자의 국정농단에 온 나라가 충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재계도 청와대를 앞세운 비선실세에 의해 농락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재계가 단순한 피해자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어 난처한 입장이기도 하다.

◆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 부정축재용'

최씨가 공적 재단을 만들어 놓고 정부 최고위직 인사까지 동원해 사익을 추구한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작년 10월과 올해 1월에 각각 설립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800억원대 출연금 납부를 강요하고, 개인회사인 더블루K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서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총 7억원을 빼내려 했다는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 19개 기업이 725억원 가량의 출연금을 냈다.

미르재단에는 삼성(125억원), SK(68억원), LG(48억원), 현대차(39억원), 포스코(30억원), 롯데(28억원), GS(26억원), 한화(15억원), KT(11억원), LS(10억원), 대한항공(10억원), CJ(8억원), 두산(7억원), 대림산업(6억원), 금호아시아나(4억원), 아모레퍼시픽(2억원) 등이 총 437억원을 출연했다.

K스포츠재단에는 삼성(79억원), 현대차·SK(각각 43억원), LG(30억원), 포스코(19억원), 롯데(17억원), GS(16억원), 한화(10억원), KT(7억원), LS(6억원), 신세계·CJ(각각 5억원), 두산(4억원), 부영주택(3억원), 아모레퍼시픽(1억원) 등이 총 288억원을 내놨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대부분이 이름을 올렸다. 기업의 크기와 출연금의 액수도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동시에 특정 시각으로 보면 그룹 승계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기업들이 눈에 띈다. 가장 많은 출연금(204억원 출연)을 낸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현대차(128억원 출연), GS(42억원 출연), 두산(7억4000만원 출연), 한화(25억원 출연)도 2세 상속을 준비 중에 있다.

이들 19개 기업들은 이번 출연금 모금에 대해 '피해자'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들이 특혜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19개 그룹으로부터 두 재단의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했다는 혐의를 부인할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조사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재벌들이 이처럼 많은 돈을 뜯기고도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동시에 여론의 눈총까지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일이 최씨의 독자적 기획 범행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힘을 등에 업고 벌인 '권력형 비리'라며, 검찰이 배후 규명을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최순실 獨회사에 35억' 삼성 "승마협회 차원 지급"

이와는 별개로, 최근 검찰이 최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에 삼성그룹이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해 추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가 딸 정유라(20·개명 전 정유연)씨와 독일에 설립한 '비덱(Widec)스포츠'에 삼성그룹이 280만유로(당시 환율로 약 35억원)의 자금을 넘긴 정황을 확인했다. 비덱은 최씨 모녀가 두 재단 자금을 유용하고자 만든 회사로 알려졌다.

이 돈은 지난해 9~10월께 비덱의 예전 이름인 '코레(Core)스포츠'로 송금됐으며, 국내 은행을 거쳐 독일 현지 은행의 회사 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돈은 정유라씨의 말 구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의 송금 자료, 국내와 독일에 최씨가 세운 회사의 자금 내역 등에 관한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넘겨받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검찰은 최근 법원에서 계좌 추적 영장을 받아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도 최근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일부 언론들은 삼성이 10억원이 넘는 말을 구입해 정씨에게 후원했고, 독일 엠스데텐에 있는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 경기장을 230만유로(약 28억원)에 구입해 훈련 기지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와관련 "갑자기 승마협회 회장사(社)를 떠맡게 되면서 말 관리와 선수 육성 등의 컨설팅 비용을 승마협회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라며 "지원을 받을 자격이 되는 선수가 당시엔 정유라씨 밖에 없었고 최순실씨를 위해 돈을 줬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또한 "승마 경기장 매입도 삼성의 협력업체가 산 것일 뿐 삼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법적 특혜를 본 기업도 있다?

다른 한편, 최씨의 청와대를 앞세운 사익추구 와중에 특혜를 본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휩싸인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부영그룹. 부영그룹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가 드러난 바 있다. 올해 초 검찰은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지만, 참고인 조사 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는 제자리 걸음이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가 권력형 비리로 결론날 경우 일부 기업의 경우 오비이락식으로 법적인 문제로 엮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횡령과 배임, 탈세 혐의를 받고 올해 광복절 특사에서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사면 복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 그리고 장기간의 검찰 수사끝에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또,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절단을 차처했던 기업 총수들은 각각 관련 사업에 MOU와 가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그룹은(16억원 출연) 정부와 이란이 맺은 에너지 관련 MOU의 수혜자가 됐으며 SK그룹은(111억원 출연)은 이란 정부, 민영 기업과 차례로 업무협약을 맺으며 이란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진출했다.

이와관련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안 전 수석에게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할 경우 해당 기업들은 '제3자 뇌물교부죄'나 뇌물공여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제3자 뇌물제공' 혐의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를 말한다.

한 재계 관계자도 "공교롭게도 해당 기업들이 정부 사업과 관련해 이권을 챙긴 바 있어, 부정 청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뇌물 공여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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