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중국발 환율전쟁, 속수무책 한국경제
[홍승희 칼럼] 중국발 환율전쟁, 속수무책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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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그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한 정부 대책들이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금리동결의 이유로 들었다.

이 총재는 특히 가계부채 증가세의 주원인으로 꼽혀 온 집단대출 뿐만 아니라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그에 대응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도 있음을 밝혔다.

물론 그간의 금리인하로 인해 줄어든 실효하한 금리 여력을 감안한다면 무턱대고 경기부양만을 밀어붙이며 다시 금리를 끌어내리기에 부담이 있었을 수 있다. 이 총재는 아직 실효하한 금리 여력은 있다고 역설했지만 지금의 대내외 상황이 정부가 마지막 패까지 함부로 버릴 수 없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이다.

자동차의 기름 잔량이 계기판의 마지막 빨간선에 다가가면 기름을 새로 넣을 때까지 함부로 차를 끌고 다닐 수 없다. 그처럼 정책대응 여력이 완전히 소진되게 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에 경기회복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할 때나 마지막으로 써 볼 수 있을 뿐 지금처럼 전망이 어두울 때 함부로 내밀 패가 아닌 것이다.

이미 그동안 한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급증이 난 정부가 지속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해오며 오늘에 이르렀다. 세계경제의 전망도 살펴보고 우리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들도 면밀히 검증하며 결정해 나갈 일이었지만 그보다는 정치적 필요에 부응하려는 의도가 앞선 결과다.

우리가 이처럼 정책수단이 거의 바닥을 보여 가고 있는 때에 중국은 환율개혁을 단행한 후 지난 1년간 8%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이뤄냈다. 세 차례에 걸쳐, 그것도 3일 연속해서 인위적인 환율인상에 나섰고 그 이후로 공식적 개입은 없었다 해도 꾸준히 환율관리의 흔적을 남기며 1년간 8%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이룬 것이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이런 환율정책은 당연히 한국 기업들에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였다.

그런 밑바닥 다지기를 하고 나서 비로소 중국은 오는 10월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 편입을 받아들이게 됐다. 더 이상 정부의 환율시장 직접 개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어떻게든 달러당 6.7위안 이하로 위안화 환율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방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도 어려워진 대중국 시장이 앞으로 환율전쟁으로 인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수단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커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일단 금리 동결은 여러모로 적절했다.

다만 당분간 수출전망까지 어려워질 경우 국내 경기의 불씨를 어디서 살려낼 것인지 고민스러워진다. 정부나 한은이나 앞으로 국내경제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으로 풀어나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지만 경제가 우리 국내의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이면의 어두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내수가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걸 실감할 수 있는 분야가 너무 제한적인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아직 소득이 늘고 있다는 조짐은 그닥 보이지 않는 데 소비가 늘고 있다면 이건 또 위험한 징조의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일부 지역만의 문제처럼 보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경남과 대구`울산 지역 소비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대구는 몰라도 울산과 경남, 그 중에서도 특히 거제, 통영이 고성과 더불어 대표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진행될 때마다 어떻게 국내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견주어 볼만한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울산과 거제·통영은 조선업의 비중이 그 어느 곳보다 크고 특히 울산은 우리나라 중화학 공업의 메카나 진배없다. 그 곳에서 먼저 구조조정의 위기감에 소비가 움츠러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봉급생활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경기가 되살아나기까지 너무 오랜 기간 온 사회가 고통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자리 마련 없이 있는 일자리부터 줄여나갈 때 어떤 위험이 닥쳐올 지를 우리 모두 이미 보고 있으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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