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홍승희 칼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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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요즘 정부의 해운 조선업 구조조정 추진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아예 이들 업종을 국내 산업지형에서 지워가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통째로 해외매각하려다 주저앉은 대우조선이 산업은행 법정관리로 넘어가고서도 여전히 정부의 골칫거리로 남아있으니 아예 모든 조선업계가 한 묶음으로 처리되는 인상을 준 탓일 수도 있다.

당시 대우조선 공개매각 추진에는 국내의 반대여론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워낙 덩치가 커서 국내 매각도, 해외 매각도 어려웠던 현실적 이유가 더 근본적으로 발목을 잡았었다. 이미 그 때부터 적자행진을 보여 온 대우조선인지라 이번에는 아예 조각내서 처리할 움직임도 보이지만 문제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주체들에게 있어서 조선업에서는 더 이상의 희망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답답하다.

우리는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수주물량이 바닥나 가고 있다고 세뇌 당했는데 중국처럼 저가공세를 펼치는 것도 아닌 일본은 우리가 부진한 틈을 타서 꾸준히 수주물량을 늘려가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약진 속에 전 세계 조선 수주량의 10%대에 머물러있던 일본 조선업계가 최근 내수물량을 착실히 챙기면서 25% 이상의 수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본 조선업계는 2025년까지는 수주량을 전 세계 수요의 3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내수시장 수요를 철저히 대비함과 동시에 사물인터넷, 3D 기술 등을 도입한 기술혁신으로 향후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단지 저가물량공세로 치고나오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발 멀찍이 앞서 나가고 있다.

저들이 그런 준비를 해나가는 동안 이명박 정부 이래로 한국정부는 그저 수출실적 끌어올리기에만 급급해 기업들이 덤핑수주도 불사하도록 유도해온 측면이 다분하다. 그러니 어느 틈에 기술혁신에 신경이나 썼겠는가 싶어 조선업계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물론 스스로 기술경쟁시대를 열어나갈 꿈도 꾸지 않은 책임은 전적으로 조선업계에 있지만 정부 또한 그저 수출실적 독려에만 열을 올렸을 뿐 그들의 앞날에 대한 사전 연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게다가 책임감 없이 한 임기 마치고 다른 자리 찾아갈 낙하산 인사 따위로 경쟁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살아나갈 방도는 없다는 점을 법정관리 기업들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으니 그 또한 정부, 더 정확하게는 정권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툭하면 ‘사양산업’이라고 낙인찍어 포기하기를 거듭하고 있다. 80년 전후해서는 당시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했고 90년대 들어서는 대부분의 중소업종 제조업들을 사양산업이라고 내몰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가전부문이 다시 사양산업 대열로 밀려났다.

그러나 정부 관료들 입에서 거침없이 사양산업으로 폄하되는 업종이라도 금융지원을 쉽게 얻어내는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업종은 살아남고 사양산업 딱지 한번 붙는 것으로 금융지원에서도 밀려나는 중소기업 주도 업종은 지리멸렬하며 사실상 중국산, 동남아산 제품에 시장을 고스란히 내줬다.

그렇다고 기존 산업을 밀어내면서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키웠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부가, 아니 대통령이 직접 거명하는 특정 업종에 국한해서는 금융지원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기업인 스스로 길을 찾아 갈 경우 그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 하다시피 한 금융권이 자금 조달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는 흔히 듣는 소리다.

정부가 아무리 신산업 육성 타령을 해봤자 금융권이 새로운 기술영역을 심사할 능력을 갖추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창출해내지 못하면 국내 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금융업의 투자행위가 단지 다른 금융기관 상품이나 다루는 수준에 머무는 한 한국 금융산업이 세계적인 금융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겠는가.

신기술 벤처기업 투자에 따른 실패율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도 미리 책정해둬야 하는 데 그런 개념이나 갖고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나 금융업계나 그럴만한 기술 검증 능력도 없으니 무턱대고 대통령 한마디에 예정에도 없던 지원금이나 만들어내고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 할 뿐이다. 대통령 눈에 들지 못하는 업종이라면 아예 새로운 시도조차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니 우리의 미래 먹거리는 과연 마련되고 있기는 한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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