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칼럼] 정부 여당의 전가지보(傳家之寶)
[홍승희칼럼] 정부 여당의 전가지보(傳家之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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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지 않는 소비를 어떻게든 늘려보겠다고 정부가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5월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언론에서 시끌벅적하다. 갑작스러운 정부 결정에 당혹스러운 기업들도 많아 과연 노동현장에서도 정부가 기대하는 여유 있는 연휴기간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공중파 방송을 필두로 한 언론에서는 당장 내수경기가 크게 일어날 듯 호들갑이다.

물론 임시공휴일이 아니어도 휴가를 내서 연휴를 즐길 계획이 있던 젊은 중산층들이라면 반길만한 소식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어차피 연휴라 해도 놀러 다닐 경제적 여력이 없는 수많은 서민가정에는 차라리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정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린이집들은 정부가 어떤 권유를 하던지 상관없이 쉴 채비들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럴 경우 연휴를 누릴 수 없는 워킹 맘들은 갑작스레 횡액을 맞는 셈이다.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아 헤매야 할 텐데 가까이에 부모형제도 없는 이들이라면 정말 대책이 없겠다 싶어 안쓰럽다.

그런데 이렇게 내수 진작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부가 정작 해외관광객들은 다 쫓아내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미 대북정책이 초강경으로 돌아선 이후 추이를 지켜보던 해외관광객들이 한반도에서 화약 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하며 발길을 돌린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얼마나 많은 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소문들이 번져 가면 경제적 타격이 단지 관광산업에만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가계부채 늘려가며 놀러 다니라고 국민들을 부추길 게 아니라 이 땅이 정말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더 힘을 쏟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니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더 국내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 구조조정에 사활이 걸렸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한적 의미에서의 양적완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이 양적완화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듣는다.

양적완화가 특정기업 죽이고 살리는 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니고 돈을 더 풀어 금융지원을 통한 자금의 유동성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둬야 하는 데 이번 정부가 내놓은 양적완화의 내용은 그런 근본 취지와는 전혀 별개이기 때문이다.

‘한국적 양적완화’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70년대 이 사회를 억압하던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유신정권이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만든 한국적 민주주의만큼이나 이번 한국적 양적완화 역시 억지스럽다. 개발시대의 정책금융과 유사한 자금지원 확대를 그저 양적완화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시대에 맞춰 끼워 맞춘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란 정부가 의도적으로 통화팽창을 기획하는 것이다. 경제가 침체될 때 활성화시킬 방법으로 고려될 가치는 충분하다. 2차 대전 후의 미국이 뉴딜정책으로 위기를 넘겼듯이.

그러나 같은 약도 환자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위장병 환자에게 아스피린은 해가 되지만 심장병 환자에게는 유효하다는 의학계의 보고처럼.

그런 점에서 지금 이 나라 저 나라 급한 김에 양적완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뽑아들지만 그 효과가 더 이상은 기대에 미치기 힘들어 보인다. 전 세계가 저마다의 이유로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어서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분석들이 이미 나와 있다.

한국 역시 지금처럼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황에서 통화팽창은 경기활성화에는 별 보탬이 되지 못하면서 빈부격차만을 더 크게 벌릴 뿐이라는 게 문제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이유야 나라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일단 한국은 경제위기를 앞두고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한도껏 늘려가며 위기 속에서 한몫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더군다나 정부가 금융고삐를 너무 자주 풀었다 놓기를 반복하다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여차하면 자금부족에 대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미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를 경험하는 상황에서라면 가능한 한 사내유보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심정 또한 이해가 간다. 전가의 보도란 너무 함부로 자주 뽑다보면 그 가치가 이빨 빠진 부엌칼 수준으로 떨어지고 만다. 지금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그런 처지는 아닌 지부터 점검해 볼 일이다.

노동자들의 소득 늘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이 지출만 부추기는 정부가 휘두르는 양적완화의 칼날이 그래서 아이 손에 들린 칼날처럼 불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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