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칼럼] ISA '만능통장' 홍보 유감
[홍승희칼럼] ISA '만능통장' 홍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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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새로운 금융상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유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며 불완전판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금융사 직원들은 실적 압박에 내몰려 가족·친지들을 대거 가입시키고 있으며 그런 금융사들의 과열경쟁 탓인지 출시된 지 6영업일 만에 70만 계좌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다.

정부가 '만능통장' '국민통장' 등 금융소비자들을 현혹할만한 단어들을 늘어놓으며 새로운 형태의 재형저축 쯤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제대로 들여다보면 대국민 사기극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애초에 이 상품을 기획한 배경이 잠자는 개인 자산들을 금융상품에 '투자'시키겠다는 목표였던 만큼 투자실패로 인한 손실위험이 큰 '투자'상품이지 재형저축처럼 '저축'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소득이 크게 발생하면 당연히 소비자가 이득을 보게 되지만 소소한 수익일 경우 수수료 빼면 남을 게 없거나 아예 수수료 부담이 수익을 넘어설 위험도 있다.

게다가 상품내용에 대한 홍보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세제혜택이 매우 큰 것처럼 홍보하지만 소비자 본인이 받는 혜택은 사실상 없다. 게다가 수수료 산정방식은 관계자들도 매우 복잡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기 어렵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니 매우 똑똑한 소비자가 아니라면 휘둘리기 십상이다.

또한 이 투자상품을 5년간은 유지해야 그나마 세제혜택으로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지 그렇지 않을 경우 세금감면 없이 수수료만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투자상품이 수익을 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여태까지 ELS 등 금융사들의 대행 투자상품들이 대체로 수익을 내왔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 1~2년 내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가 매우 위험하다는 데 있다.

오죽하면 올해 중 세계 증시가 21세기 최악의 붕괴를 경험할 것이라는 흉악한 예언까지 나오겠는가. 14년 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베스트셀러를 내놨던 로버트 기요사키는 올해 주식시장 붕괴위험은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단다.

그런가하면 미국 월가는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시장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투자회수 움직임조차 일고 있다고 한다.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산운용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계 덕분에 미국과 유럽의 대형은행들은 러시아의 국채발행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또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별로 분석된 것이 없지만 결코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길 리는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중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과 유로존의 존립 위협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 증시에 위험성이 증대할 것이라는 것은 굳이 어떤 통계수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쉽게 상정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미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세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을 넘어 더 악화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 속에서 한국경제가 특별히 활성화될 어떤 재료도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외변수들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만 커지는 것이다.

그런 판국에 국민들 개개인이 가진 자산을 저축대신 투자로 돌리라는 것이 정부의 생각인데 과연 이게 국민을 위한 일이 될 수 있을까. 그저 국민 스스로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되는 길밖에 답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이 상품을 기획한 정부 관료들은 과연 누구 손에서 돈이 잠자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의아하기 그지없다. 잠자는 돈은 신사업 개척이나 기업의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대신 부동산투기가 됐든 금융투기가 됐든 투기에 나서거나 아예 통장에 묻어두고 눈치만 보던 재벌 대기업들에게나 있는 것이지 대다수의 서민`중산층에게 그만한 여윳돈은 애초에 없었다.

다만 한 푼이라도 이자가 더 붙을만한 금융상품을 찾으며 노후 대책을 마련하려던 소비자들에게 그 돈을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투자상품으로 돌려놓으라고 권하며 이것을 대단한 금융개혁인양 홍보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할수록 중산층들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지만 국가가 이토록 중산층 붕괴에 앞장서야 할 이유나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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