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균형 있는 제도 개선과 기업의 성장
[전문가기고] 균형 있는 제도 개선과 기업의 성장
  •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
  • jhlee@klca.or.kr
  • 승인 2016.03.18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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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12월 결산법인 정기주주총회 시즌이다. 재무제표(배당) 승인, 임원 선임, 임원 보수한도 승인 등이 안건으로 다루어진다. 때에 따라 정관 변경, 자본금 조정, 스톡옵션 부여 등 회사별로 필요한 안건들을 올려 주주들의 승인을 받는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 시기에 상장회사들을 위한 주주총회 관련 상담으로 정신이 없다. 최근 상장회사 담당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는 주총꾼 문제다. 주총꾼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더욱 조직화되고, 전문화되어 회사의 대응도 그만큼 힘들어졌다.

주총꾼들은 대개 주총 진행을 방해하며 금전적 댓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요구에 불응하고 퇴장 명령이라도 내리면 주주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고소하는 주총꾼들도 있다.

일부 주총꾼은 대량의 주식을 사들인 후 주가 상승을 위해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요즘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쉽게 모을 수 있어 이러한 전략이 유용하다. 이들은 1주에서 10주 정도의 작은 지분을 분산시켜 주변 사람들을 소액주주로 끌어들이고 세력을 키우기도 한다.

이런 기업들의 고충을 듣다보니 작년 삼성물산과 엘리엇 사태가 떠올랐다. 주주총회 방해세력으로 가장 강한 주총꾼은 투기성 헷지펀드인 엘리엇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들은 언론을 이용해 기업과 관련한 분쟁을 확대시키고 주가 차익을 노렸다. 이 일로 경영권방어에 소요된 막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다른 주주들의 손해로 남았다.

엘리엇 사태 이후 경영권 방어수단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지배주주에 대한 내부지분이 많기 때문에 방어수단이 필요없을 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권리가 경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이러한 주장은 계속 외면당해왔다.

주총꾼이나 엘리엇 사태를 통해 우리는 주식회사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는 기본적으로 투자한 만큼만 책임지는 유한책임원칙이 중심이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만큼만 출자하고 그만큼의 의결권과 수익을 갖는 구조이니 위험은 분산되고 참여자가 다양해져 자본 조달이 용이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관련 법률이나 정책은 주식회사의 본질은 잊은 채 대주주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쪽으로만 너무 몰두해왔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제도와 감사위원회제도가 도입되었고, 2013년 말부터 공개하고 있는 상장회사 임원보수는 최근 임직원을 불문하고 상위 5위(5억원 이상)까지 확대되었다.

이런 제도들은 미국,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제도로써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기업규제 강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 시 3% 의결권 제한 규제까지 만들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기업관련 제도나 정책의 선진화는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국에서 보편화된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방어제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기업 규제만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관련 제도를 개선할 때는 글로벌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열린 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위협 요인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안정적이고 공정한 제도 환경 마련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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