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시대'의 자화상
'마이너스 금리시대'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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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일본과 유럽에서 줄줄이 도입되고 있는 마이너스금리 사태에 뒤이어 올 초반 금리인상을 예상했던 미국마저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물론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에는 법적·실질적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보도도 있지만 일단 재닛 옐런 연준회장이 의회에서 시사한 말이어서 무게가 결코 가볍지는 않다.

미국이 당장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마이너스 금리가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룬 만큼 요동치는 금융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 상태가 된 세계 각국의 국채 규모가 최근 7조 달러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고 일본 국채는 지난 9일에 10년물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다고 한다.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일반화된 유럽에서는 예금에 대해 수수료를 떼겠다는 은행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또 유럽에서는 세금을 더 내려는 이상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한다. 예금액에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많이 낸 세금의 환급액에는 이자가 붙기 때문이란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들어서면서 유럽과 일본을 합쳐 세계경제의 1/4이 마이너스 금리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는 데 이미 은행 등 기관 간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온 스위스에서 율리우스바에르 은행 같은 경우는 아예 유로화 예금 전체에 마이너스 금리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번 마이너스 금리 소동이 쉬이 가라앉을 일회성 정책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유럽중앙은행과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했지만 일반 예금주에게는 아직 적용하기를 주저해왔었으나 이제 그 고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집에 놔두면 들지 않을 수수료를 은행에 맡김으로써 맡기는 데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액이라면 집에 둘 수도 있지만 큰돈이라면 안전을 위해 금융기관에 맡겨야 하니 그 안전보관비용을 예금주에게 물린다는 논리다.

이제까지의 모든 상식을 뒤집는 이런 논리가 어디까지 전개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대형 금고를 집안에 설치한 부호들이나 소소한 생활비 정도 통장에 넣어두고 쓰는 서민들이라면 굳이 은행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애매한 부를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늘 가장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중산층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몇백만원 정도는 집에 두고 쓰지만 몇 억 정도의 자산이라면 그럴 수도 없을 터다. 그렇다고 대형금고를 들여놓고 보관할 수준도 못되니 부득불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마이너스 금리가 초래할 더 큰 사회적 변동 요인은 재정 상황이 나쁜 국가나 부실채권이 많은 은행들이 이런 파고를 무사히 넘길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국채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나라들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고 은행 예금이 수익성보다 안전성에 더 초점이 맞춰지게 되면 예금자들로서는 은행의 재정건전성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하락하던 세계 증시가 은행주를 중심으로 한 금융주들의 주가를 필두로 그 하락세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고 이런 출렁거림은 어떤 형태로든 세계 금융시장의 개편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은행이 과거의 전당포 수준으로 변하지 말란 법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은행이 그간의 금리 장사 대신 어떻게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느냐에 따라 생존여부가 가려질 수도 있겠다. 산업자본의 금융독점은 막아왔지만 금융자본의 산업진출은 은행들 스스로 피해왔던 게 이제까지 한국의 실정인데 이제는 변화할 때에 이르렀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게다가 마이너스 금리 물결에 동승할 수 없는 나라들은 수출경쟁력이 더 떨어지며 국가부도가 줄을 이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시장은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국가부도가 줄을 이어 나타날 때 세계질서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지 국가 차원에서의 연구가 요구되는 셈이다.

우리는 아직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동승할 준비가 안 돼 있지만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할 한가로운 처지도 아니다. 이게 시대적 흐름이라면 어떻게든 그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을 방법을 강구해야만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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