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가 몰고올 파장
저유가 시대가 몰고올 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동양의 전통사상에 기반을 두고 보면 인간과 사회, 인간세상과 자연은 모두 하나의 유기체다. 이런 사상으로 작금의 저유가 상황을 보면 당장 고통을 당하는 나라뿐만 아니라 혜택을 누리는 나라들 역시 머잖아 그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저유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산유국들이 겪는 고통이 실제로도 다른 나라들로 확산될 것인가. 적잖은 분석들이 ‘그렇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향후 유가 전망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당장 유가 25달러 붕괴 우려가 높다거나 현재의 저유가 추세가 2020년까지 갈 것이라는 등의 분석은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가볍게 봐 넘길 사안이 아니다.

유가 100달러를 기준으로 재정계획을 수립해왔다는 주요 산유국들이 비상이 걸렸음은 한국시장에 들어왔던 중동지역 투자자금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석유자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가들의 경우 현재도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향후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적 위기만이 문제가 아니라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해온 정치적 후진국들의 경우는 정치적 위기가 함께 올 수밖에 없어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내전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미 석유생산량 1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천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면서 각종 보조금 삭감 등 대대적인 긴축모드에 돌입했고 매장량 기준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는 18개월 사이에 국가 수입이 60% 가까이 줄고 인플레이션도 300% 이상 폭등해 지난 16일 경제긴급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연말 총선에서는 집권당이 17년 만에 패배했다. 브라질, 에콰도르 등 다른 남미 산유국들도 정부나 집권세력들이 큰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는 루불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며 경제가 휘청이고 그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공지출을 10% 추가 감축했다. 독립국가연합 중 비교적 정치적 안정을 누려온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 역시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가 이미 저유가와 링깃화의 폭락으로 심각한 재정적자 압박에 직면했으며 부패스캔들까지 겹친 집권세력에 퇴진 압력 커지고 있다.

이밖에도 그동안 석유자원 하나만 믿고 방만한 재정계획을 세웠던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하기 위해 세금에 손댈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현재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내부적 압력이 증가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석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소비국들 입장에서는 저유가로 당장은 기업의 생산비용이 줄고 국민들은 실질소득 증가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특히 셰일가스 생산을 확대해온 미국은 저유가로 인한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인도는 이미 유가하락에 힘입어 여러 해 누적돼온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는 데 성공했다. 일본 아베총리는 현재의 저유가 상황이 일본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까지 공언하고 나설 만큼 반기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는 떨어지는 유가에 힘입어 자동차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저물가 상황인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한국은 이미 지난해 생산자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0.4%나 떨어져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성장기에 물가상승률이 3% 미만이면 경기침체라고도 했던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한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단순한 기우는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유가와 원자재가의 동반 하락에 따른 신흥국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이들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들부터 연쇄 타격을 받으며 전 세계적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 결과 세계 경제의 선진국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되며 현재의 난민사태와는 또 다른 전 지구적 변동성이 증대될 수도 있다. 변동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늘 가장 약한 부분부터 심각한 타격을 입고 쓰러지며 그 고통이 전체로 확산되어 간다. 마치 손톱 밑을 작은 가시에 찔린 고통에도 몸 전체로 그 고통이 전달되듯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