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것 없는 미래먹거리
새로울 것 없는 미래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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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대통령 한마디면 모든 기업들이 똑같이 앵무새 흉내를 내는 대한민국이다 보니 요즘 기업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미래먹거리산업’을 얘기한다. 과거 벤처기업 육성을 얘기할 때는 별 시덥잖은 일조차 벤처라는 명패를 달더니 요즘은 새로울 것도 없는 일에 죄다 미래먹거리를 갖다 붙인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그토록 짝사랑하는 대기업들은 여전히 낡아서 구멍 난 쌀자루 뒤적이는 데 더 공을 들인다. 새로운 사업으로 미래를 열기보다는 있는 자산 잘 굴리기에만 혈안이 돼 투자는 지극히 비생산적인 부동산, 경쟁력이 의심스러운 금융부문에만 기웃거린다.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린다던 반도체와 자동차, 경쟁력을 자랑하던 조선업 등 대기업들이 호호탕탕하던 업종들로는 이미 바짝 뒤쫓아 온 중국을 견뎌내기 힘겨운 지경에 이르렀건만 이들 기업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기운은 여전히 미약하다. 물론 자동차는 아직 신기술 개발의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는 응용분야로의 확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조선업은 그저 물량으로 밀어붙이던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 확연하게 중국에 치이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 영역을 개척하지 못한 채 소리만 요란한 미래먹거리산업 찾기로는 결코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장 암울한 우리의 미래에 불을 밝히기도 힘들다. 남들 다 하는 사업에서 한발 앞선 정도로는 언제든지 뒤 잡힐 위험을 각오해야 하고 따라서 그런 분야는 몸 가벼운 중소기업들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일을 벌여나가야 한다.

덩치 큰 대기업이라면 최소한 20~30년은 시장을 지배할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갈 역량이 필요하다. 과거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것도 당시의 우리 역량으로 보면 매우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투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보다 앞서 기술 선도를 할 의지를 가져야 살아남을 단계에 이르렀다.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상물이 폭증하고 있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만 여길 뿐 그런 기술의 세계로 소비자들을 이끌어 들이지 못하고 있다. 맞벌이가 당연한 시대, 1인 가구가 나날이 늘고 있는 시대 속에서 가전산업이 그 무엇보다 먼저 사물인터넷에 관심을 기울일 법하건만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09년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사용하는 사물이 9억 개에 이르렀고 2020년이면 260억 개에 달할 것이라는 데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제외하면 영역확장은 한참 멀었다.

사물인터넷이 발전하려면 또한 필수적으로 인터넷 보안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 데 아직 우리의 보안기술이나 보안의식은 국내 시장에서조차 더듬거리는 수준이다. 정말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분야들이지만 너무 FTA에만 신경 써서인지 크기도 전에 과도한 경쟁에 휘말리며 업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만 같다.

10년 이상을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대던 일본은 그래도 드론연구를 꾸준히 해왔고 반도체로 물량 면에서는 한국에 밀렸어도 미국의 첨단산업에 소용되는 부품들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언제든지 독자적인 길을 갈 준비를 해왔다. 오죽하면 미국의 우주산업과 방위산업에 일본제품이 빠지면 구멍이 난다는 말까지 나돌겠는가.

그 동안 우리는 차려놓은 밥상에 반찬 더 올리기만 신경 썼을 뿐 새로운 한 상을 차리는 일에는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가난한 시절에는 밥이라도 배불리 먹는 게 하루 잘 산 게 됐겠지만 배고픔이 가신 단계에서는 단순히 양보다는 질, 즉 영양도 있고 맛도 있는 반찬 가짓수가 중요해진다. 그렇게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위치는 질적으로 한 단계 크게 도약해야 하는 데 우리사회는, 특히 정부 부문은 여전히 물량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런 정부의 편애 속에 성장해온 재벌들은 부모를 봉양할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부모에게 손 벌리는 철딱서니 없는 자식처럼 바라는 것만 너무 많다.

아직도 개척해야 할 영역은 많고 미답의 영역을 개척, 선점하고 나설 때 비로소 어느 재벌총수가 주창하는 일류 기업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가 좋아하는 세계화처럼 그저 여기저기 상품만 내다판다고 글러벌이고 세계화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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