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사우디, 그리고 미국
북한과 사우디, 그리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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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연초부터 굵직한 뉴스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내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이슬람 종파간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뒤따라 북한이 4차 핵실험 소식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에도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온 미국과 한국이 할 수 있는 모든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지만 남아있는 제재수단이 많지 않아 골치 아픈 상황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국민들은 내성이 생겨 증권시장마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임기가 다 돼가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나 임기 말로 접어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이래저래 속을 썩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실상 북한의 종주국 역할을 자임해온 중국이나 북한 핵실험을 군국주의 부활의 계기로 삼으려는 일본까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가 더 나빠졌음을 느끼게 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일반 한국인들은 늘상 있어온 일의 반복으로만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런데 북한의 핵실험 발표 사흘 전 사우디 발 뉴스는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경제적 연관성으로 봐서는 결코 작은 변수가 될 수 없는 중동지역 갈등 증폭이어서 어느 면에서 대중적 관심은 더 크게 쏠리고 있다. 각국의 매체들이 저마다의 시각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동을 분석하느라 분주하지만 통일된 분석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처음 보도될 때는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했고 이에 이란 국민들이 분개해 거리 시위를 벌이며 주 테헤란 사우디대사관을 방화했고 이에 격분한 사우디가 즉각적으로 양국 간 외교단절을 선언했다는 것이어서 듣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런데 솔솔 나오는 세밀한 뉴스들을 보면 누군가 양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거나 양국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서로 핑계거리를 찾던 끝에 터져 나온 사태인가 싶기도 하다. 종파 간 갈등은 그저 구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싶은 여러 정황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을 전제로 한 보도가 쏟아졌지만 사우디 정부가 테러범이라며 처형한 47명 가운데 43명이 수니파였다니 비록 시아파 지도자가 처형됐다고 해도 시아파를 꼭 집어 처형한 게 아닌 바에는 처음부터 분석의 출발점이 어긋나 보인다.

게다가 이란 국민들이 거리시위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이 불타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리며 이란내 무슬림 강경파들이 현 온건파 정권을 밀어내기 위해 벌인 일이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어서 어느 쪽으로도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고민이 상당히 깊어 보인다. 물론 이달 중 지도자의 중동 순방이 예정돼 있고 사우디와 이란에 대한 오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국도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지만 최근 이란 제재를 해제하고 중동에서의 짐을 덜려던 미국만큼은 아닌 듯하다.

사우디와 이란이 손잡고 IS 격퇴에 나서주길 바랐던 미국이 지금 어느 한 쪽의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처지인데다 미국내 여론도 정부로서는 꽤 부담스럽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중동 지역에서도 거의 사라져가는 참수형을 집행한 사우디가 인질범을 참수한 IS와 겹쳐 보이는 대중들로서는 반 사우디 정서가 꽤 커질 계기가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문제는 쏟아져 나오는 난민문제로 인해 미국보다도 유럽에서 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이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해줘야 할 중동의 두 맹주가 갈등을 빚기 시작했으니 유럽도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시라아 정부를 장악한 세력은 시아파이고 민주화 반군 진영과 IS는 수니파 세력으로 분류되는 상황이어서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 양국의 갈등 심화는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그 출발점은 미국의 저유가 작전에 왕실의 존립 위기까지 느낀 사우디의 위험한 돌파구 찾기였다고 보면 미국이 그간의 우방인 사우디를 곤경에 처하게 했고 지금 그 배신의 대가를 전 세계가 공유하게 만든 것이나 진배없다.

올 초 잇단 사태들은 어쩌면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만 너무 매달려 적이든 우방이든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작금 미국의 외교방식이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하는 사건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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