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살리는 길?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금융권의 한 지인을 만났더니 대뜸 “우리 경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살아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물론 답답한 하소연이지 필자에게 무슨 해법을 듣자고 묻는 것은 아닐 터였다.

정부는 11월 중의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벌였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성과라고 자찬하기에 바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도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을 얻는지 의아할 뿐이다.

또한 강남과 수도권 일부에서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는 것으로 포장되고 있다. 하지만 전세난에 쫓기도 쫓긴 서민들이 결국 가계부채 더 늘려가며 분양시장에도 기웃거리고 변두리의 수십 년 된 낡아서 값싼 아파트라도 사서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과대 포장될 일인지 잘 모르겠다. 기업도, 가계도 어디 하나 제대로 희망을 붙들기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잘 하고 있는데 야당이 발목잡고 있어서 일이 잘 안돌아간다는 대통령의 남 탓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지난 9월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아프리카의 가나, 나이지리아, 우간다보다도 낮다는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 대해서도 국회가 관련법을 통과시키지 않아서라고 했고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 역시 한중 FTA 비준을 서두르지 않는 국회 탓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몇 십 년 전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던 말이라 참으로 우리의 정치수준이 몇 십 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리기 어렵게 한다. 정치가 대화와 협상과 타협의 결과물인 것을 군 출신인 박정희 대통령이 끝내 체화하기 어려워했던 점은 그럴 법하다고 이해한다 쳐도 이미 한 세대 이상 흐른 뒤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 대통령이 그 아버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살기 힘든 서민들이 경제개발 시기의 혹독하지만 나름 희망도 있고 활기찼던 분위기에 향수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민주주의보다 경제’를 외치던 정치적 후진성에 대한 향수라고 오해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 요즘 데모를 반국가행위 내지는 심지어 IS와 같은 테러로 몰아가는 발언을 보면 기겁을 하겠다.

어떻든 지금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정부에 경제회복의 책임이 있으니 다급할 법하지만 그렇다고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좋아하는 구조조정도 좋지만 경제시스템을 남들이 좋다는 것 대신 우리 국민 취향과 형편에 맞는 것으로 개조하는 것이 더 시급한 노릇이 아닐까 싶다.

경제학자들 중에는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 먼저 살리라는 주문을 하는 이들이 많다. 옳은 말이다. 기업이 없이 경제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이제까지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살리기를 명분으로 정부의 숱한 정책자금들을 쏟아 붓고 갖가지 특혜를 몰아주었지만 기업이 크는 속도보다 재벌의 재산 불어나는 속도가 현저히 빨랐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의 양극화 또한 가속도가 붙은 채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계층상승의 희망도 줄어들고 있다. 사회적 무기력이 커져간다.

기업들은 지금도 채용을 수익의 도구로만 여길 뿐 그들의 미래 시장을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이 공룡화하면 할수록 고용률은 낮아진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고용률 높은 중소기업을 육성화 중견기업으로 키우고 중견기업이 더 커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게 한다는 정부의 청사진도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한다. 정부의 청사진에 구멍이 큰 것이다.

대기업의 수익이 소수 재벌들에게 지나치게 흡수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수익이 낮아 신규인력 채용을 할 수 없는 기업에서 오직 재벌들만 돈을 버는 기형적 기업형태와 그로 인한 국가경제 침체를 벗어날 길이 없다. 갑자기 내년에 세계경제가 활황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앞으로도 더 자주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반복될 텐데 그 때마다 서민 살림이 더 쪼들리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위험만 커질 뿐이다.

하긴 남 따라 몰려다니기 좋아하는, 또 그런 습성에 길들도록 유도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전 국민의 절반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사는 초집중 현상, 수출의 25%가 중국 한나라에 몰려 있어서 중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리는 경제체질 등. 그래서 우리 경제가 더 위험하다. 도박장의 아마추어 승부사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