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슬란, 부인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감'
[시승기] 아슬란, 부인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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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송윤주기자)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넌 왜 태어났니?"

현대차의 사자 한 마리가 태어나자마자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그랜저와 에쿠스 사이 모델이었던 현대차 다이너스티와 기아차 오피러스가 각각 단종된 이후, 간극이 더 좁아진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아슬란의 존재감은 위태로울 법 하다. 하지만 타보면 알 수 있다. 그저 기존 모델과 차이점만 찾다 끝나기에는 분명 아까운 차다.

아슬란이 전륜 구동이라는 걸 아는 지 시승을 했던 지난 주말에는 비가 내렸다. 수입차 고급 세단 대부분이 후륜 구동을 택하고 있지만 눈이나 비가 온 뒤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전륜 구동이 훨씬 유리하다. 시승 차량은 G330 최상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에 풀옵션을 포함, 판매가가 5000만원을 웃도는 모델이다.

▲ (사진 = 송윤주기자)

실제 차량을 보면 크기는 그닥 크지 않게 느껴진다. 전장 4970mm, 전폭 1860mm, 전고 1470mm, 휠베이스 2845mm로 그랜저보다는 전장만 50mm 길다. 그랜저의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타는 쇼퍼 드리븐을 겨냥해 길이를 늘린 것.

특히 외관 디자인을 두고 차별성이 없다는 말이 많지만 저마다 특유의 패밀리룩을 유지하는 수입차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을 감안하면 이런 지적은 무색하다. 각 세그먼트마다 디자인 유사성을 비교하면 오히려 현대차의 패밀리룩은 아직 수입차보다는 정형화되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

아슬란의 얼굴은 쏘나타보다 헥사고날 그릴의 각이 더 넓어지고 가로가 아닌 세로 그릴바 형태로 중후한 느낌이 든다. 헤드라이트도 보닛 아래 양 옆으로 과하게 찢어지지 않아 그랜저에 비해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게한다. 여기에 눈 아래로 지나가는 주간 LED 램프가 사자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사진 = 송윤주기자)

아슬란의 실내 고급감은 퀼팅 패턴을 집어넣은 전용 나파 가죽 시트에서부터 느껴진다. 운전하는데 시트의 울룩불룩한 느낌이 거슬린다면 등받이 아래쪽 버튼으로 볼륨감을 조절할 수 있다. 도어 부위에도 가죽을 덧입혔으며 천장에는 밝은 회색의 스웨이드 재질을 씌워 위아래 다른 느낌을 구현했다.

수평적인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디자인은 신형 제네시스나 쏘나타와 비슷해 보인다. 편의 장치 조작 버튼은 지문이 잘 묻어나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글자가 큼직해 주요 기능들을 금방 익힐 수 있다.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의 정보 뿐만 아니라 차선이탈경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도 나타내 주행 시 중앙 화면이나 클러스터로 시선을 분산하지 않아도 된다.

쇼퍼드리븐카답게 뒷좌석에 앉아보니 성인 남성이 앉아도 충분할만큼 무릎공간이 넉넉했다. 전륜 구동인 덕에 중앙 좌석이 껑충하게 올라오지 않아 3명이 타도 불편하지 않았다. 중앙 팔걸이를 내리면 앞좌석 콘솔박스만큼이나 널찍한 수납공간이 나오고 공조장치와 미디어 장치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 그 앞으로 두개의 컵홀더를 쓸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446리터로 가운데에는 스키 쓰루가 있다.

엔진 시동 버튼을 누르고 주행을 시작했는데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었다. 최근 디젤차를 주로 시승했던터라 마치 전기차를 탄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아슬란의 정숙함을 즐기고 싶어 시승할 때 대부분 음악도 틀지 않은 채 달렸다.

▲ (사진 = 송윤주기자)

아슬란은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전륜 구동으로 3.3리터 V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 6400rpm에서 최고출력 294마력, 5200rpm에서 최대토크 35.3kgm를 발휘한다. 급격한 가속에도 답답하지 않을만큼 빠른 반응을 보였다. 또 중속 이상에서 코너를 만나도 실내가 뒤뚱거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빠져나왔다.

아슬란의 진면목을 본 것은 '스포츠 모드'에서였다. 가속 페달을 눌러 밟자 언제그랬냐는 듯 이전까지의 정숙함을 내려놓고 엔진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일반 모드보다 가속력이 확연히 빨라져 사자가 사냥감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처럼 시속 200km까지 치고 나갔다. 전자식 서스펜션을 탑재한 덕에 저속에서의 부드러웠던 느낌은 바로 단단해졌다. 다만 브레이크 응답성이 빠른 편은 아니라 운전자에 따라 고속에서 제동력을 확보하는 데는 다소 불안할 수 있다.
 

▲ (사진 = 송윤주기자)

늘 시승을 마치고 나면 "나라면 이 차를 살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일단 실내 고급감과 뛰어난 정숙성,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까지 고루 보면 그랜저와 견줄 이유가 없다. 또 어댑티브 헤드램프,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전자제어 서스펜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등에 추가로 어라운드 뷰, 파킹 어시스트 등 제네시스 못지 않은 고급 사양을 넣어도 수입차와의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 화려한 수식 없이 "일단 타보라"고 강조했던 현대차의 속내가 읽힌다.

아슬란의 가격은 G300 모델 3900만원, G330 프리미엄 모델 4190만원, 익스클루시브 모델 4590만원이다.

▲ (사진 = 송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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