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금리정책 '딜레마'
내년도 금리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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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희 주필 

한국은행이 또다시 콜금리를 0.25%P 인상해 연 3.75%가 됐다. 올 들어 두 번째다.

이 쯤에서 내년도 금리 정책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단 세 번째 금리 인상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박 승 한은 총재의 발언이 나와 당일 콜금리 인상에 자극받아 급등하던 채권시장 금리가 다시 급락세로 역전돼 마감됐다.

하지만 2006년 1년간의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와 국내 시장 동향 등 여러 변수에 대한 종합적 전망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역금리가 발생해도 경기회복 부진을 이유로 오불관언하던 한국은행이 하반기 들어 잇단 콜금리 인상을 발표한 배경은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 보인다는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이번에 콜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 시장 혼란이 컸을 것이라는 평가여서 시장 분위기에 끌려간 금리 인상이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리 인상은 더 이상 ‘투자하지 않는 기업들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양극화한 사회의 짐을 일정 부분 나눠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만하다.

정부 발표 물가상승률과는 별개로 이미 올 들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내수시장을 위축시킬 수준에 이르렀다.

이 상태로 내년에 경기가 호전된다면 물가가 받을 자극은 실제 이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 쯤 되면 장기적 시장 관리가 어려워지리라는 예상은 당연하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로 돈이 몰려들어도 금융당국은 사회적 재화의 흐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채 몰려다니는 부동자금의 뒤통수에 대고 맨주먹질 하는 모양새로 비쳐졌다.

40조원이라고도 하고 400조원이라고도 하는 등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중 부동자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는 어떤 금융정책도 허공에 흩어지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들의 금리 동향과 무관하게 정책을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국내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도록 방치하는 일은 더 위험하다.

미국 시장에서는 내년도 경기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강한 듯하다. 그만큼 물가상승 압박도 커질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내년에도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할 경우 한국의 금융 당국도 국내 기업 논리에만 매몰돼 금리 인상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가 정부 전망대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경우 국내 물가 역시 불안이 커질 것이므로 금리 인상의 내부적 필요 또한 증가할 것이다.

물가 상승은 결국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독이 될 터이니 올해 상반기에 그랬듯이 금리 인상 압박을 외면한 채 버티기로만 나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기업 논리가 어떻게 정책을 흔들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면 그만큼 금리 정책을 펴기에 부담은 덜 할 것이다. 그만큼 내년도 금리 인상 압박은 이래저래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가계와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의 이자부담 증가가 몰고 올 여파들이다.

소득의 흐름이 뚜렷한 하방 추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후유증이 심상치 않을 것이다.

자칫하면 2002~2003년의 가계발 카드대란에 버금가는 사회적 파장이 올 우려도 있다. 답은 소득 불균형의 해소에 있다.

정책 당국은 어떤 준비를 하는지 궁금하다. 소득 양극화 해소 방안은 경제정책만으로도, 사회정책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양쪽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정부 정책에 신뢰가 붙는다.

한국 사회에서 이제까지는 예고된 후폭풍에 충분히 대비하는 정책당국의 모습을 보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다.

하다못해 기상재해가 발생해도 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뒤따르는 일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금씩은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사회적 훈련이 쌓여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믿음직한 정책 당국의 모습을 기대하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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