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책의 시기 선택
금리정책의 시기 선택
  • 홍승희
  • 승인 2005.09.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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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느 시점에 하느냐에 따라 그 말의 의미와 파급효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즈음 국내의 정치 상황이 어수선한 것도 어찌 보면 그 여러 말들이 바로 그 시점에 나왔기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점에 있어서 박승 한은 총재의 입은 금융시장을 향해 포문을 연 크루즈 미사일과 같다. 한 번 입을 열 때마다 심상치 않은 파괴적 영향이 드러나곤 한다.

하긴 예수도 “이 세상에 내가 온 이유는 평화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불을 지르기 위해 왔다”고 동시대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지만 박 총재의 발언이 그처럼 고여 썩은 세상을 향한 변혁적 목소리도 아닌 터라 등가로 값을 매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 어찌 됐든 폭등하던 부동산 가격의 거품은 일단 사그러드는 듯 보인다. 그리고 마치 부동산 시장을 빠져나온 부동자금의 움직임이라도 있었던 양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속 경신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금리가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박승 한은 총재가 다시 콜금리를 동결하며 시장 동향을 봐서 다음 번 쯤에는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자 채권시장이 출렁인 것이다.

이번에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 추세가 일단 안정세로 돌아 선데다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 동향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등 장기적 생산기반 확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그 판단의 적합성에 관해서는 여러 이견들이 나올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단지 돈이 없어서라고 만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또 부동산 투기에 끼어들었다고는 해도 시장을 휘젓는 전문 투기꾼들과는 달리 여분의 주택으로 생활비 몇 푼 얻는 정도의 노인세대나 퇴직한 봉급생활자들은 이제 그 투자자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우리 사회가 어떤 답을 내놔야 할 텐데 과연 생각이나 해봤는지 걱정스럽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단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여러 변수들을 고려했으리라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그 판단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일단 어떤 의도로든 금리를 동결했으면 그것으로 그칠 일이었다.

그런데 다음번에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말을 흘려버리니 시장은 당연히 앞으로의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부산스러워지는 게 당연하다.

정책당국으로서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설명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민감한 시장을 향해 한 분기 후에는 이런 정책 펼 거라고 떠벌린다면 그 정책은 결국 나와 봐야 뒷북치기일 뿐이요 최악의 경우는 시장이 풀기 어려운 실타래처럼 뒤얽힌 다음이 될 공산도 크다.

그럴 거라면 지금 금리 동결한 의미는 대체 뭐란 말인가.

은행권과 대기업들에게 미리 대비하라고 일러주자는 것 외에 무슨 효용을 기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또한 원님 행차 지난 후의 나팔소리이겠으나 차라리 이번에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 옳았다.

한국 증시의 주식들이 그간 저평가돼 왔다는 평가는 타당성이 있고 따라서 당분간 가격이 오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런 시장에 굳이 초칠 게 뭐냐고 한다면 답할 말이 마땅치도 않다.

그러나 지금 투자할 곳을 찾아 헤매는 부동자금들은 대체로 조급하다. 하지만 갈 곳은 뻔하다.

따라서 증시가 일단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판단이 들면 그 땐 다시 개미군단을 이루며 증시에서의 버블을 만들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런데 금리 결정이 다시 뒷북을 치게 되면 뒤늦게 뛰어든 개미군단들을 초토화시킬 뿐이고 왜곡된 구조는 거듭 또 다른 왜곡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과거에도 정책당국의 뒤늦은 대응으로 종종 범했던 오류다. 굳이 답습할 이유가 없는 타성이다.

금리 정책은 장·단기 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한 발 앞서 나가야지 마냥 뒷꽁지만 붙잡고 허둥지둥 쫒아갈 일이 아니지 않은가. 당국은 그만 정도의 유능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올바른 진단과 적절한 예측으로 제 때 집행 가능한 정책을 펴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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