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구멍으로 드는 황소 바람
바늘 구멍으로 드는 황소 바람
  • 홍승희
  • 승인 2005.08.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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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표로서 여전히 높은 실업률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지표상 드러난 실업률은 5년째 3%대를 유지하고 있어 실상 성장 동력을 갉아먹을 만큼 높은 수준이 아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사회에서 3% 정도의 실업률은 오히려 사회적 역동성을 유지시켜주는 안전판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이직이 잦은 사회에서 일시적 실업도 늘상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비율이 아니라 그 성격이다. 일시적 실업이 아닌 취업 가능성이 매우 낮은 장기적 실업, 사실상의 영구적 실업 상태에 놓여있는 인구가 얼마나 되느냐는 문제가 된다.

또한 취업 포기자의 숫자도 중요하다. 이들의 존재는 한국사회에서 이제 겨우 자리잡아 가기 시작한 사회복지의 고비용화를 초래하는 요인이다. 동시에 계층간 간격을 넓히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 불안정성 차원에서 매우 심각하게 다뤄졌고 그 결과 분명히 진전이 있었다. 이에 비해 고연령층 문제는 간과돼 온 결과 조기퇴직자들의 취업포기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중 실제 생산 활동 참여자의 비율이 낮으면 그만큼 생산활동 참여자들의 직·간접적 복지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국민연금 재원의 조기 고갈이 염려스럽고 그로 인한 재정부담의 증가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저출산 고령화도 사회적 제 비용 증가 요인으로 염려를 보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활동 참여자들의 부담이 2중, 3중으로 더 해질 경우 이는 노동의욕 감퇴를 부를 위험성마저 내포하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내놓은 한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는 낮은 고용율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름대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중위권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고용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는 견실한 경제 운용이 어렵다는 전제하에 이 보고서는 여성인력, 중·고령인구의 노동시장 유인 확대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30개국 가운데 21위로 낮지만 특히 대졸 여성의 경우는 멕시코 한 나라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성 취업이 단순 생산직, 서비스직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기 퇴직 분위기 속에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재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되고 더 빨리 취업포기자의 대열에 가담하게 된다.

여기 더해 대학 졸업 연령과 평균 출산 연령 간에 차이가 거의 없어 사회적 보육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한 한국 사회에서 이들 고급인력의 대부분이 사장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열망 또한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그밖에도 유치원, 초등학교 교과 운영이 전적으로 엄마의 조력을 요구하는 등 여성의 취업에 발목을 잡는 요소는 산재해 있다.

여성인력 문제가 꽤 오랜 기간 제기돼 온 것에 비해 중·고령자의 낮은 고용율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불거지기 시작해 아직도 그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사회적 주 소비층이 돼야 할 연령대에 소득원을 상실한 중·고령자들의 증가는 근래 들어 내수경기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사회적 파장이 큰 문제다.

물론 아직 한국의 중·고령자 고용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 아니다.

OECD 30개국 가운데 9위 수준이니 숫적으로 적다 하긴 어렵지만 다른 나라들은 이 연령층의 취업이 느는 데 비해 우리는 줄고 있다는 현상에서 걱정이 발생한다.

게다가 이 연령층은 높은 재취업률을 보이기는 하나 대부분 저임 단순노무직으로 전락, 저임금 구조에 편입되고 있어 자녀 학비 등 많은 지출요구에 직면해 있는 이들의 소비 여력 감소는 불가피하다.

정상적인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이들 하나하나가 실상 자신들의 추락을 통해 사회안전망에 구멍을 내고 있다. 아직은 그 구멍을 메꿔줄 사적 부조 시스템이 살아있지만 그 또한 언제 멈춰 설지 알 수 없는 허약한 상태에 이르렀다.

든든한 사회안전망의 구축과 아울러 폭넓은 인력 수요를 감당해 낼 노동시장 창출이 시급하다. 이는 체제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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