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금리
국제유가와 금리
  • 홍승희
  • 승인 2005.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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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건드리며 폭등하는 통에 전 세계가 비상이 걸렸다. 물가 폭등에 이은 소비위축과 그에 따른 산업성장의 둔화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바로 그런 이유로 또 한번 금리 인상에 주춤하는 모양이다. 고유가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므로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논리다. 그런데 이런 염려는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내수부진이다. 그 내수부진의 1차적 이유는 대중의 소비여력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20%가 80%를 차지하고 앉은 사회에서 20%의 소비가 아무리 늘어도 80%의 소비 증가율을 능가할 수는 없다. 20%의 소비가 늘어날 부분은 부가가치가 높은 소량 고가 상품 뿐이다. 그러나 나머지 80%가 소비를 늘려가기 시작하면 다양한 중·저가 상품의 소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게 된다. 폭넓은 산업 성장의 동력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수가 가진 다량의 재화는 소비 아닌 부의 재창출 목적으로 투기 시장을 지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부의 집적이 이루어지게 된다. 초기에는 눈덩이 커지는 속도로 외형이 불어나는 데 그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재화의 덩어리는 더욱 단단한 뭉치가 되다 끝내는 모든 사회적 재화를 빨아들여 사회적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블랙홀로 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부동산 버블이 나타나는 현상 자체가 사회적 엔트로피의 증가로 해석될 여지를 갖고 있다.
자연계에서 한번 사용된 에너지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 대로 같은 양의 다른 에너지로 남게 되는 데 그 남은 에너지는 다시 운동에너지로 화할 수 없는 일종의 에너지 찌꺼기가 된다. 이 에너지 찌꺼기를 엔트로피라 부르고 이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기 마련이라 이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엔트로피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용 가능한 에너지와 엔트로피 간에 에너지 평형상태를 이루면서 자연계의 운동이 멈추게 된다. 그것은 곧 생명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엔트로피 증가를 막는 방법은 외부로부터 다른 에너지가 공급되는 것이고 지구는 아직 햇빛과 같은 외부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고 있어 에너지 평형상태에는 이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에너지 사용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양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에너지의 양을 초과하게 되면 빠르게 평형상태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환경오염과 관련해서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다.
사회적 재화 또한 마찬가지다. 재화의 생산적 사용을 통해 끊임없이 에너지 갱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재생 불능의 에너지 슬러지가 늘게 되고 이렇게 늘어나는 엔트로피는 사회적 운동력을 갉아먹게 될 것이다. 부동산 투기의 위험은 바로 이 같은 사회적 재화의 불활성 에너지화를 촉진, 가속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저금리 기조는 바로 그 같은 사회적 엔트로피의 증가를 적극 촉진하는 역기능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도 이상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민 대중의 저축의욕은 떨어지고 전 국민이 고율 상승을 지속하는 부동산 투기시장으로 내몰리는데 은행은 저금리 대출로 부동산 투기에 매달리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도박이 금융정책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고유가는 분명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터이고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물가만 오르면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 뻔하다. 고작 발생하는 소비는 필수소비재 소비뿐인 상태에 이르면 내수회복은 완전히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전 세계 시장이 물가상승 압력을 받는 데 수출이라고 용이할 까닭이 없다. 그럴 때 무엇으로 경기를 되돌리겠다는 것인가.
진정으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이 현실을 부정하는 과도한 저금리 기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이렇게 가다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리면 결국 그토록 염려하던 거품의 일시붕괴에 따른 충격에 빠질 위험도 그만큼 더 커질 것이란 걱정은 안해도 좋은가. 당국에 거듭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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